일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창사 이후 처음으로 도크 폐쇄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또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부서를 대대적으로 줄이며 약 2조1000억 원대의 비용감축에 나섰다.
현대중공업은 9일 “수주부진에 대비하기 위해 도크별 효율성 검토에 들어갔다”며 “수주 부진이 장기화 될 경우에 대비하여 선박건조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도크부터 순차적으로 잠정 가동 중단에 들어간다는 기본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세계 조선업계 1위 업체인 현대중공업이 창사 이래 도크 폐쇄 가능성을 공식화한 것은 처음이다. 또 회사가 보유한 상가와 휴양시설 등 비핵심자산에 대한 매각도 진행한다.
현대중공업은 또 “수주량 급감에 따른 일감부족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이번주 과장급 이상 간부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9일 밝혔다. 이번 희망퇴직은 현대중공업 뿐만 아니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힘스, 현대E&T 등 5개 계열사에서 함께 실시한다.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직원에게는 최대 40개월 치의 기본급과 자녀의 고등학교·대학교 학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전체 부서 391개의 22%인 86개 부서를 통·폐합해 305개로 만드는 조직 개편을 마무리했고, 지난달에는 전체 임원의 25%에 해당하는 60여 명을 감축했다.
현대중공업은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올해 2조1000억 원의 비용을 줄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주 중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구계획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등 사업구조 다각화를 통해 조선·해양 부문의 비중이 50% 미만인 상태”라며 “조선업종 불황에 따른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고 각종 재무수치들도 동종업계에 비해 확연히 차이가 날 정도로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 채권은행도 이 같은 기준을 근거로 정확한 판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노동조합은 희망퇴직 실시에 강하게 반발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9일 “정리해고는 노동자 살인으로, 용납해선 안 될 일”이라며 “노동자에게 경영위기의 책임을 전가하고 정리해고까지 하는 것은 기업의 책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회사는 ‘희망퇴직 목표인원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하지만, 약 3000명에 이르는 정리해고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희망퇴직을 하기 전에 대주주(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가 사재출연 등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현대중공업 사측은 “지난주에 이 같은 계획을 노동조합에 설명하고 인력운영 개선 등을 논의하기 위해 노사공동 비상대책위원회 구성도 제안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형 조선3사(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가 발행한 회사채 중 2조2600억 원 상당이 내년 중 만기가 돌아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대우조선해양이 9800억 원을 차지해 가장 많고 현대중공업은 6800억 원, 삼성중공업은 6000억 원 수준이다. 또 기업 분석 회사인 한국2만기업연구소는 “최근 5년간 조선 3사의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이 평균 11.2%에 달했다”며 “조선 3사가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을 2%포인트 낮추면 연간 약 9000억 원을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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