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디자인으로 불황 돌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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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디자인경영포럼]“디자인이 여는 새 시장… 브랜드 DNA에 이야기를 입혀라”… 전문가들이 밝힌 성공 디자인경영

《 동아일보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주최하고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한 ‘2016 디자인경영포럼’이 2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코리아디자인센터에서 열렸다. ‘K(한국)디자인’의 성공 사례와 발전 방향을 조망하기 위해 마련한 디자인경영포럼은 올해로 3회째다. ‘디자인 경영, 새로운 기회―위기 극복과 성과 창출의 디딤돌’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 연사들은 저성장과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 디자인의 역할을 제시했다. 》

28일 경기 성남시 코리아디자인센터에서 열린 ‘2016 디자인경영포럼’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네빌 브로디 영국 RCA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학장은 브랜드의 핵심 요소와 스토리텔링을 강조했다. 성남=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8일 경기 성남시 코리아디자인센터에서 열린 ‘2016 디자인경영포럼’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네빌 브로디 영국 RCA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학장은 브랜드의 핵심 요소와 스토리텔링을 강조했다. 성남=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코카콜라와 함께 타이포그래피 작업을 한 적이 있었죠. 코카콜라는 저희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다른 것을 첨가하지 않으면서 브랜드의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답은 브랜드의 핵심 요소, DNA를 파악한 뒤 스토리텔링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네빌 브로디 영국 왕립예술학교(RCA) 커뮤니케이션디자인 학장은 2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코리아디자인센터에서 열린 ‘2016 디자인경영포럼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제품 아이디어를 개발할 땐 DNA를 기반으로 상상의 상품을 만든 뒤 기존 제품과의 차이점을 찾아라”라며 “그 차이점이 디자이너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브로디 학장은 타이포그래피와 브랜드 전략 전문가다. 그가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디자인 컨설팅회사 브로디어소시에이츠는 크리스티앙 디오르와 동페리뇽 등 유명 브랜드의 새 로고를 디자인했다. 삼성전자, 한국타이어, CJ프레시안 등 한국 기업과도 협업했다.

이날 포럼에는 청중 300여 명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강연에 앞서 축사를 한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은 “한국 디자인산업이 성장했지만 중소제조기업 중 디자인을 활용하는 비중은 13%에 불과하다”며 “중소기업 디자인 연구개발(R&D)을 지원하고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 DNA에 스토리를 입혀라

2016 디자인경영포럼 행사장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참석자들은 진지한 자세로 디자인경영 성공 사례에 귀를 기울였다. 성남=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016 디자인경영포럼 행사장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참석자들은 진지한 자세로 디자인경영 성공 사례에 귀를 기울였다. 성남=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브로디 학장은 DNA의 시각화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사례들을 소개했다. 그는 한국타이어가 2004년 도입한 기업이미지(CI)를 디자인했다. 브로디 학장은 “한국타이어는 우수한 제조업체가 아닌 글로벌 회사로서의 이미지를 원했다”며 “CI에 도입한 날개 무늬는 세계적인 성공과 함께 타이어 트레드 모양을 형상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동훈 삼성디자인학교(SADI) 학장은 삼성전자의 3단계 디자인 전략의 진화에 대해 소개했다.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디자인전략팀장(부사장)을 지낸 장 학장은 애니콜 ‘햅틱’과 스마트폰 ‘갤럭시S’ ‘갤럭시노트’ 시리즈 디자인을 총괄했다.

장 학장은 “삼성전자는 2011년 CEO 직속 디자인경영센터를 만들고 5년 단위의 디자인 혁신 전략을 추진했다”며 “2001년 스타일 혁신, 2006년 감성 혁신, 2011년 가치 디자인을 주력 분야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로 최초로 휴대전화 판매량이 1000만 대를 돌파한 애니콜 ‘조약돌폰’(2002년), 이중사출 공법을 통해 크리스털 느낌의 소재를 적용한 TV(2008년), ‘자연을 담은 직관’이라는 가치를 담은 ‘갤럭시S3’(2011년)를 내놔 큰 성과를 거뒀다.

나건 홍익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장은 “디자인이 혁신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디자이너는 ‘경영을 디자인한다’, 경영자는 ‘디자인을 경영한다’는 시각의 차이가 존재한다”며 “경영자와 디자이너들의 소통을 통한 공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콘텐츠와 공간도 디자인


남상일 SK텔레콤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본부장(상무)은 콘텐츠 디자인 전략을 소개했다. 남 상무는 “일회성에 그치는 광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상하자’라는 18회 드라마 캠페인을 진행했다”며 “동시에 대리점의 전단지와 손글씨 등이 거부감을 주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광고를 다 뜯어내고 이 자리에 TV 광고 주인공인 설현의 포스터를 붙였다”고 소개했다. 설현의 입간판은 온라인에서 거래될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남 상무는 “콘텐츠가 하나의 제품처럼 확장되고 소비자와의 거리를 좁히는 결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SPC는 공간의 쓰임새와 문화적 환경 등에 따라 다른 콘셉트의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SPC 외식 브랜드를 한데 모은 ‘SPC스퀘어’는 다른 층에 있는 브랜드 매장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가운데 공간을 텄다. 파리바게뜨 프랑스 1호점에는 ‘파리바게뜨’라는 글자와 에펠탑 로고, 파란색 간판 대신 ‘PB’라는 새로운 로고와 무채색 계열의 색상을 적용했다. 손정호 SPC 디자인센터 상무는 “특히 프랑스 매장은 해외 업체가 한국에서 김치를 파는 듯한 어색한 느낌을 주지 않고 현지 문화에 녹아들기 위해 디자인을 다 뜯어고쳤다”고 강조했다.

도민호 현대자동차 디자인CAS팀장은 컴퓨터 디자인(CAS)과 가상현실(VR), 3차원(3D) 프린터 등 디지털 기술이 자동차 디자인에 기여하는 역할을 소개했다. CAS와 VR 영상을 통해 자동차의 양감, 색감, 재질을 미리 체크할 수 있고, 해외 딜러들과 디자인을 실시간으로 공유해 그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 3D 프린터로 실물 모양을 구현하면 세밀하게 벌어진 틈까지도 점검할 수 있다. 도 팀장은 “디지털 디자인을 통해 개발 일정을 단축해 신속하게 시장에 대응할 수 있고, 디자인이 추구하는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전문기업 7321디자인은 2004년 문구류 디자인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레드오션이라는 평가를 받던 이 시장에서 ‘캐시북(용돈기입장)’은 큰 인기를 얻었다. 표지 바로 다음 장에 ‘해피머니’라는 이름의 1000원짜리 지폐를 하나 넣은 것이 비결이었다. 김한 7321디자인 대표는 “1000원짜리를 빼면 ‘사랑의 전화 ARS를 꾹꾹 누른다’라는 문구와 복지기관 후원 전화번호가 보이도록 디자인했다”며 “뜻밖의 즐거움과 휴머니티, 감동으로 성공한 사례”라고 말했다.

성남=강유현 yhkang@donga.com·박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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