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지자체 돈 끌어다 가난한 지자체 곳간 채워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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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재정전략회의]
법인지방세-조정교부금 개선… 시군 재정격차 줄이기 추진

경기 화성시는 지난해 3023억 원의 법인지방소득세를 거둬들였다. 법인지방소득세는 기업이 연간 소득의 1.0∼2.2%를 사업장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에 내는 세금이다. 화성시에는 삼성전자와 기아차, 현대차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 사업장이 있다. 대기업 3곳이 지난해 화성시에 납부한 법인지방소득세는 약 2100억 원이다. 반면 변변한 기업이 없는 경기 연천군은 지난해 고작 9억3000만 원의 법인지방소득세를 걷었다. 두 기초자치단체의 법인지방소득세 수입 격차는 무려 324배. 번 돈이 적으니 복지나 개발에 쓸 돈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부자 지자체, 가난한 지자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지자체 간 재정 격차를 줄이기 위해 부자 지자체의 돈을 끌어다 가난한 지자체를 지원하기로 했다. 지방재정의 평균 건전성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지자체별로 ‘부익부 빈익빈’이 갈수록 심해지기 때문이다.

○ 돈 없는 지자체에 교부금 더 준다

행정자치부는 22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지방재정개혁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지자체 재정 형평성 강화에 무게를 둔 방안이다. 강원 경기 경남 경북 전남 전북 충남 충북 등 8개 도의 152개 시군이 대상이다.

정부는 우선 ‘시군 조정교부금’을 개편한다. 조정교부금은 시군을 통해 징수된 도세(道稅)의 일부로 재원을 마련한다. 이어 지역 내 균형 발전을 위해 인구(50%), 재정력(20%), 징수 기여도(30%) 같은 기준에 따라 시군에 나눠 준다. 예를 들어 1000억 원의 재원이 마련되면 500억 원은 도 전체 인구로 평균 금액을 산출한 뒤 각 시군 인구에 따라 배분한다. 또 200억 원은 재정이 어려울수록, 300억 원은 재원 기여도가 클수록 차등 지원하는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조정교부금 배분 때 인구의 비율을 낮추고 재정력의 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가난한 지자체일수록 지금보다 더 많은 지원을 받는다. 재정력 비율은 현재 20%에서 30% 이상으로 높이는 안이 유력하다. 재정이 좋아 정부로부터 보통교부세를 받지 않는 ‘불교부단체’(경기 성남 용인 수원 과천 화성 고양시)의 경우 조정교부금으로 낸 돈의 90%를 가져가는 조례도 폐지된다.

○ 시군세인 법인지방소득세는 도세로 전환

현재 시군이 전액 사용 중인 법인지방소득세도 도가 일부를 쓸 수 있게 바뀐다. 정부는 법인지방소득세를 시군이 ‘독식’하는 구조가 기초지자체 간 재정 격차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는 기업이 낸 세금의 약 50%를 도가 걷어 재정이 안 좋은 시군에 나눠 주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자체가 기업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도가 인허가와 각종 행정지원책을 제공하는 만큼 혜택도 나눠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재정 전문가들은 지자체의 재정 격차가 심해지면 주민들이 받는 복지 혜택이 달라지고 국가 재정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제도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경제학과)는 “현재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지방재정 조정제도에 한계가 있어 지역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며 “양극화를 줄일 수 있는 형평성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지자체 재정에 지나치게 간섭하면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행정학과)는 “전국이 똑같이 잘살도록 강제로 제도를 만들다 보면 지자체의 독립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송충현 balgun@donga.com·황태호 기자
#국가재정전략회의#법인세#조정교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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