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국내서도 구글에 칼 빼들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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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反독점법 위반’ 판단 파장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4를 사용하는 김용찬 씨(61)는 구글 애플리케이션(앱)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뉴스 보기나 검색은 네이버 앱으로 하고 메일은 다음 앱을 쓴다. 구글 검색이나 지메일, 유튜브, 구글 지도 등의 앱은 스마트폰을 산 뒤 한번도 써본 적이 없다. 하지만 김 씨의 스마트폰에는 16개에 달하는 구글 앱이 깔려있다. 지울 수도 없다. 스마트폰을 살 때부터 깔려있던 선(先)탑재 앱이기 때문이다.

20일 유럽연합(EU)이 구글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은 이 때문이다. EU는 구글이 자사의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에 팔면서 각종 구글 앱을 미리 깔아 독점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곧 소비자들의 앱 선택권을 제한하고 업계의 공정한 경쟁을 막는 행위라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오래전부터 선탑재 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이용자들은 ‘사용하지도 않는데 스마트폰 저장 공간만 차지하고 지울 수도 없다’는 불만이 컸다. 그러자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는 ‘스마트폰 앱 선탑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스마트폰 구동에 꼭 필요한 ‘필수앱’이 아니라면 다른 앱들은 사용자가 삭제할 수 있게 만들라”고 명시했다.

이후 새롭게 출시된 스마트폰에서는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의 선탑재 앱이나 국내 이동통신사의 선탑재 앱을 삭제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구글의 선탑재 앱은 여전히 지울 수 없다. 현재 국내에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점유율은 76.7%에 이른다. 구글과 서비스 경쟁관계에 있는 정보기술(IT) 업계의 불만은 매우 크다.

앞서 2011년 네이버와 다음은 “구글이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를 탑재하며 구글 검색 엔진 및 구글 앱들을 선탑재하고, 네이버나 다음 같은 다른 앱들은 선탑재하지 못하게 방해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하지만 당시 공정위는 ‘구글의 국내 검색시장 점유율은 10% 내외에 불과하다’며 반독점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IT 업계는 공정위 논리와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2013년만 해도 15%에 가까웠던 다음의 모바일 검색 점유율은 현재 11%대로 떨어졌다. 반면 구글의 점유율은 8%대에서 10%대로 올라섰다”며 “확고한 모바일 검색 2위 업체였던 다음이 구글과 2위 자리를 다퉈야 하는 현 상황은 선탑재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앱 개발사 관계자는 “(구글의 앱스토어인) 구글플레이가 스마트폰에 선탑재돼 있는 만큼 구글플레이의 영향력은 막강할 수밖에 없다”며 “구글의 정책에 무조건 맞춰 구글플레이에 입점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구글플레이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52%에 달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EU 결정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다시 구글의 독점행위를 들여다보지 않겠냐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EU와 해외 경쟁당국의 구글 제재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 세종=박민우 기자
#공정위#구글#반독점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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