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부회장은 19일 서울 서초구 헌릉로 현대자동차그룹 본사에서 척 로빈스 시스코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차량 네트워크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커넥티드 카 시대가 열려 ‘차와 차(V2V)’ 또는 ‘차와 인프라(V2I)’ 통신이 활발해지면 주고받는 데이터 양이 폭증한다. 현대차와 시스코가 협업해 추진하려는 ‘달리는 초고속 통신망’ 구축이 중요한 이유다. 자동차 업계는 두 회사의 협력이 향후 클라우드, 빅데이터, 보안 기술 등으로도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날 오전 정 부회장과 로빈스 CEO는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1시간 30분간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눈 뒤 국내의 한 스타트업에서 커넥티드 카 모의 테스트를 진행했다.
2014년 현대차는 아우디, 혼다, 제너럴모터스(GM) 등과 함께 구글이 주도하는 커넥티드 카 개발 연합인 ‘열린자동차연합(OAA)’에 참여했다. 지난해 5월엔 세계 최초로 구글의 차량용 소프트웨어 ‘안드로이드 오토’를 ‘쏘나타’에 적용해 미국에 선보였다.
이번에 더 나아가 초고속 통신망 구축을 위해 글로벌 대기업과 손을 잡은 것에 대해 현대차의 성장 방식이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현대차는 내연기관차와 친환경차 구동계, 인포테인먼트 기술 등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내재화 방식을 고수했다.
매킨지에 따르면 커넥티드 카 관련 시장은 2030년 1조50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에서 지프 ‘체로키’와 GM 텔레매틱스 시스템 ‘온스타’가 해킹당하는 등 보안 위협도 도사리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정보기술(IT) 업체와의 협업을 추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GM은 3월 자율주행기술 업체인 크루즈 오토메이션을 인수했고, 도요타는 4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빅데이터 분석 회사를 설립했다. 포드는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피보탈과 클라우드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로빈스 CEO는 정 부회장과의 회동 이후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을 잇따라 만났다. 삼성전자와 SK그룹 본사를 각각 방문해 이뤄진 이번 만남에서 로빈스 CEO는 통신 및 반도체 분야에서의 협업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