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일호 부총리, 환율외교-구조조정이 발등의 불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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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이 15일(현지 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방미 중인 유일호 경제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환율정책을 관심 있게 보고 있으며 정책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 재무부가 6개월마다 내놓는 환율보고서 발표가 임박한 시점의 발언이어서 외환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한국이 ‘환율조작 의심국’에 포함되진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실제 결과는 속단하기 힘들다. 만약 미국이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미 의회를 통과한 베닛-해치-카퍼(BHC) 수정법안에 따라 무역보복까지 받을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다.

미 재무부는 작년 4월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목하진 않았지만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을 경고했다. 작년 10월에도 “한국 정부가 계속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며 “외환 조작에 대한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달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환율 문제를 공동성명문에 넣으려다 한국의 반대로 막판에 빠졌다. 그런데도 미 재무장관의 이번 발언이 나왔으니 한국의 대미(對美) 경제외교에 구멍이 뚫린 것은 아닌가.

루 장관은 일본에 대해서도 “최근 엔화 강세가 진행되고 있지만 외환시장은 질서정연하게 움직이고 있다”면서 시장 개입 움직임을 이례적으로 경고했다. 아베 신조 정권 출범 후 3년 넘게 노골적인 엔화 약세 정책을 편 일본이나 작년과 올해 위안화 평가절하를 잇달아 단행한 중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용인하던 미국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미국의 기류 변화를 제대로 읽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취임 100일을 앞둔 유 부총리는 워싱턴 기자간담회에서 “공급 과잉업종과 취약업종의 기업 구조조정을 더는 미룰 수 없다”면서 자신이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올 1월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도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구조조정을 외면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산업 구조개혁’을 시급한 과제로 꼽는다. 대선을 앞둔 내년에는 정치권의 압력으로 해운 조선 철강업의 구조조정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보면 남은 골든타임은 올해 말까지 8개월 정도다. 정부와 정치권이 구조조정의 적기를 놓치면 한국경제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유일호#경제부총리#환율보고서#미국#재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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