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경제]“당신을 닮고싶은 후배가”… 선배를 춤추게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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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일 기자·산업부
서동일 기자·산업부
출근 직후 메일함을 열었는데 ‘당신을 존경하고, 닮고 싶어 하는 후배’라는 제목의 편지가 도착해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지난달 SK하이닉스 직원 중 2749명이 이런 편지를 받았습니다. 익명의 후배가 “상급자의 이런 점을 꼭 칭찬해주고 싶다”는 내용을 적어 보낸 편지입니다.

‘항상 낮고 진지한 자세로 선후배들과 대화하는 태도는 꼭 배우고 싶습니다.’ ‘직급이 올라가도 늘 배우고자 하는 열정을 잃지 않는 모습은 후배들에게 큰 자극제가 됩니다.’ ‘기억 못 하시겠지만 2년 전 따듯한 격려와 함께 제게 건네신 커피 한잔이 아직도 마음에 깊이 남아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16일부터 25일까지 ‘소중한 리더 찾기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직장 선배들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성과에 대한 책임을 혼자 져야 하는 상황에 빈번하게 놓이지만 정작 칭찬받을 일은 거의 없습니다. SK하이닉스는 이런 직장 선배들의 기를 살려주겠다는 목적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열흘 동안 익명의 칭찬메일을 보낸 사람은 총 2846명, 전달된 메일 수만 5000여 건이나 됩니다. SK하이닉스 전체 임직원(약 2만8000여 명) 10명 중 1명이 칭찬의 통로가 생기자 자발적으로 선배에게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SK하이닉스 입사 20년 차를 맞은 한 팀장급은 “나이가 들고, 연차가 쌓일수록 누군가에게 칭찬받는 일은 거의 없다”며 “그러던 중 후배에게 ‘닮고 싶다’ ‘고마웠다’는 응원의 말이 적힌 메일을 받으니 마치 어린애가 된 것처럼 뛸 듯이 기뻤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칭찬메일을 받은 한 직원은 “입사 후 가장 큰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라고 말했습니다.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각 기업들도 이같이 선후배 사이의 접점을 찾고 활발한 소통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도 최근 스타트업 문화로의 혁신을 선포하고 관련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스타트업처럼 수평적 관계를 바탕으로 의견을 나누고, 의사결정 체계를 간소화해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겠다는 것입니다.

SK하이닉스 인재개발(HR)실 이일우 실장은 “소중한 리더 같은 프로그램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SK하이닉스가 보다 건강한 조직, 건강한 회사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다 나온 결과물”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점차 확산되는 조직문화 개선 실천방안이 어떤 성과를 낼지 기대됩니다.

서동일 기자 산업부 dong@donga.com
#경제#서동일#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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