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주식 평가액 떨어졌다”고…업체 돈 뜯은 前금감원 간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8일 21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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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금융감독원 부국장이 현직에 있을 때 자신이 갖고 있던 주식의 주가가 떨어지자 해당 업체 회장으로부터 손실보전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받아 구속됐다. 이 업체는 수백억 원대 불법대출 의혹이 있어 검찰이 수사 중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박길배)는 금감원 부국장을 지낸 뒤 퇴직한 강모 씨(60)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로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강 씨는 지난해 6월 금감원 저축은행감독국 부국장을 끝으로 퇴임했다.

강 씨는 2012년 7월 9300만 원 상당의 디지텍시스템스 주식을 매입했다. 그런데 2013년 주가가 급락하자 주식가치는 6000만 원 정도로 떨어져 3300여만 원의 평가손실을 입었다. 그 해 7월 강 씨는 이 업체 회장에게 “금감원 조사를 무마해주겠다”며 손실보전 명목으로 9300여만 원을 요구해 받아 최초 주식 매입자금을 고스란히 돌려받았다. 보유했던 주식은 실물로 업체 회장에게 건넸다.

당시 금감원은 디지텍시스템스의 분식회계 혐의 등을 포착하고 특별 회계감리를 벌이고 있었다. 검찰은 강 씨가 실제로 금감원의 조사를 무마하는데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중견 터치스크린 제조업체인 디지텍시스템스는 2012년 2월 대주주가 지와이테크로 바뀐 뒤 경영이 급격히 악화돼 지난해 코스닥시장에서 상장 폐지됐다. 지와이테크 측은 부족한 인수자금을 메우기 위해 횡령 등을 저지른 끝에 2014년 기소돼 중형이 선고됐다.

올해 들어 검찰은 디지텍시스템스가 900억 원대의 은행 대출을 받도록 도와준 대가로 돈을 챙긴 혐의로 금융 브로커 최모 씨(51) 등 3명과, 이들로부터 돈을 받고 대출을 해준 산업은행 이모 팀장(49)을 구속한 바 있다. 검찰은 디지텍시스템스가 은행 대출을 받으면서 관계사인 엔피텍, 세종디앤아이 등에 1000억 원 상당의 채무 지급보증을 한 데 대해서도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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