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고용세습 기업, 노사 모두 사법처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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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다섯 째주 해당기업 명단 공개… 단협 시정명령 불응땐 檢 송치”

정부가 노동조합 조합원 자녀 우선채용 같은 ‘고용 세습’ 조항에 대한 시정명령을 받고도 이를 거부하는 기업의 노사 양측을 사법 처리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23일 ‘2016년도 임금·단체교섭 지도 방향’ 지침을 발표했다. 지침은 노사가 △임금 상위 10% 근로자 임금 인상 자제 △직무성과급으로 임금체계 개편 △공정인사 확립 △취약근로자 보호 등 노동개혁 4대 과제를 현장에서 실현하기 위한 세부 내용을 담았다.

지침에 따르면 고용부는 현재 진행 중인 3000개 기업 실태 조사를 통해 단체협약에 ‘고용 세습’ 등 현대판 음서제 조항을 둔 기업 명단을 다음 주에 발표한 뒤 시정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특히 시정명령에 응하지 않으면 수사를 통해 관련법 위반 혐의를 입증한 뒤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기로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 세습 조항은 균등한 취업 기회를 보장토록 하고 있는 고용정책기본법(7조)과 직업안정법(2조)을 위반한 것이므로 불법”이라며 “고용 세습 조항은 무효라고 판결한 법원 판례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30대 대기업(2013년 말 매출액 기준)의 단체협약을 조사한 결과 8곳(GS칼텍스 SK이노베이션 기아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오일뱅크 한국GM 대우조선해양 현대제철)이 우선채용 조항을 둔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와 LG화학은 우선채용 조항을 유지하다가 노사 합의로 삭제했다. 특히 정리해고, 희망퇴직, 전환배치 등 인사권과 경영권(합병, 매각 등)에 대해서도 노조의 동의(또는 합의)를 얻도록 한 사업장이 14곳으로 절반에 육박했다.

지난해에는 전수조사가 아니었고 연구기관의 조사였기 때문에 자진 시정을 유도했지만 올해는 고용부가 전수조사를 하고 있고,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즉각 시정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노사가 시정명령에 따르지 않고 기소돼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만약 노조의 협상 거부로 사측이 단체협약 개정에 실패했다면, 노조에만 벌금을 부과하고 사측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다만 업무상 재해로 사망하거나 장애인이 된 조합원의 가족을 우선채용토록 하는 단체협약에 대해서도 위법성이 있다고 보고 별도의 시정 조치를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노사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시간선택제와 유연근무제가 반영될 수 있도록 유도해 고질적인 장시간 근로문화를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초과·연장근로가 만연한 사업장 500곳도 집중 감독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고용세습#사법처리#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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