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경제]“農心 회복” 김병원 농협회장의 脫권위 행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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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신·소비자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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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이 탄 출근 승용차가 서울 중구 새문안로 농협중앙회 지하 주차장에 섭니다. 차에서 내린 김 회장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11층 집무실로 올라갑니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농협 직원들에게는 낯선 풍경입니다. 이전 회장들은 달랐기 때문입니다.

과거엔 회장을 태운 차가 사옥 1층 정문 앞에 섰습니다. 차에서 내린 회장이 로비로 들어서면 경비원 4명이 도열해 90도로 인사했습니다. 회장이 탈 엘리베이터도 미리 잡아뒀습니다. 김 회장이 취임 직후 이런 관행을 없앤 것입니다. 김 회장은 취임 1주일을 맞아 21일 세종시의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엘리베이터를 못 찾는 것도 아니고 길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회장의 권위주의적인 태도는 농민의 순수함과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김 회장은 지난주에 지하 구내식당을 찾아 줄을 서서 식판에 밥을 뜨고 직원들 옆에 앉아 식사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습니다. 농협의 고위 관계자는 “예전 회장들 때에는 한 번도 없던 일”이라고 전합니다. 회장이 구내식당에 내려오는 것 자체가 드물었고, 가끔 식당에 와도 따로 분리된 공간에서 식사했다는 것입니다.

김 회장은 권위주의를 없애는 것이 농협 조직을 개혁하는 길이라 믿습니다. 기자간담회에서도 김 회장은 권위주의와 관료주의를 타파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농협중앙회장이 가진 권한은 실로 막강합니다. 농협의 자산은 430조 원 이상이며 31개 계열사 직원은 8만8000여 명에 이릅니다. 회장은 예산 사용처와 주요 계열사 인사를 좌우하는 힘을 가졌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집중된 권한이 때로 부정부패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선출직 1, 2, 3대 회장이 모두 임기 중에 뇌물수수와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구속된 것이 이를 간접적으로 증명합니다. 무사히 임기를 마친 선출직 회장은 김 회장의 전임인 최원병 회장이 처음이었습니다.

힘과 권력에 도취될 때 사람은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김 회장이 일상에서 실천 중인 탈(脫)권위주의 행보가 부정부패를 막고 농협 조직을 바꾸는 밑거름이 되길 기대합니다.

한우신·소비자경제부 hanwshin@donga.com
#톡톡경제#김병원#농협회장#탈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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