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금리땐 대출한도 깎여… 고정금리가 유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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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부터 수도권 주택대출 심사 강화

“2월부터 주택담보대출이 바뀐다는데, 대체 바뀌는 게 뭔가요?”

26일 한 시중은행 창구를 찾은 김모 씨(58)가 은행 직원에게 물었다. 그는 “주택담보대출 심사가 강화되기 전에 지금이라도 ‘막차’를 타야 한다는 말을 듣고 대출을 받으러 왔다”고 덧붙였다. 다음 달 1일부터 수도권에서 시행되는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앞두고 시중은행 창구에는 김 씨 같은 고객들의 발길이 이번 주 내내 이어졌다. 이로 인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가파르게 늘었다. 하지만 대출 규제의 된서리를 맞은 주택시장에는 제대로 된 한파가 찾아왔다.

○ 거치식 대출받기 힘들어진다


다음 주부터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주택 구입이 목적이거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또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이 60%를 넘는 경우 처음부터 이자와 함께 원금을 나눠 갚는 ‘비거치식 분할상환’ 방식의 대출을 받아야 한다. 이자만 갚다가 한꺼번에 원금을 갚는 만기 일시상환 방식에서 처음부터 원리금을 갚아나가는 분할상환 방식으로 대출의 대(大)원칙이 바뀌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출자의 초기 상환 부담이 커지지만 연체나 파산 등의 리스크는 그만큼 줄어든다. 비(非)수도권은 5월 2일부터 새 규정이 적용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제로 2월이 되기 전에 대출을 진행하려는 고객이 많았다”며 “50대 후반 고객들 중 은퇴 후 사업을 고민하는 분들은 당장 돈이 필요 없더라도 미리 대출을 받아놓으려는 경우가 꽤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기류 때문에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연초부터 크게 증가했다. 20일 현재 우리, 신한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에 비해 1조1000억 원 넘게 늘어났다.

강화된 주택담보대출의 핵심 중 하나는 ‘소득 정보에 대한 평가 강화’다. 기존에는 대출을 받을 때 은행에 신용카드 사용액 자료만 제시해도 거치식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등 제대로 된 소득증빙을 못하면 대출을 받는 즉시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 나가야 한다.

특히 60대 이상은 소득증빙 서류를 미리 꼼꼼히 챙겨둘 필요가 있다. 한 시중은행 대출 업무 담당자는 “건강보험을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재해 놓은 경우 집이 있고 어느 정도 재산이 있다고 해도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기 때문에 소득증빙 방법이 마땅치 않다”며 “이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기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주택담보대출에 신용대출 등 금융권의 다른 부채까지 합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도입된다. DSR가 높다고 해서 대출이 당장 거절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수준을 넘으면 은행의 집중관리 대상이 돼 향후 대출받기가 까다로워질 수 있다. 또 변동금리를 선택하면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돼 대출한도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고정금리로 받는 게 낫다. 스트레스 금리란 앞으로의 금리 상승 위험을 미리 계산해 대출한도에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파트 집단대출은 규제 예외가 인정돼 앞으로도 계속 이자만 갚아나가는 방식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긴급하게 생활자금이 필요하거나 명확한 상환 계획이 있는 경우에도 거치식 대출이 가능하다.

○ 얼어붙는 주택시장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를 앞두고 서울 아파트 미분양이 한 달 새 두배로 급증하는 등 주택시장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지난해 부동산 경기 회복세를 이끌었던 투자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수도권 분양시장을 중심으로 둔화 양상이 뚜렷하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6만1512채로 지난해 10월(3만2221채) 이후 2개월 사이에 2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지난해 투자자들이 몰렸던 수도권 아파트 분양권 시장도 대출 심사 강화에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1∼28일 서울의 일평균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거래량은 14건으로 전달(22건)보다 40% 가까이 줄었다. 분양권의 투자가치가 떨어지면서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시세는 지난해 12월 둘째 주부터 지난주까지 7주 연속 하락했다.

기존에는 대출이 까다로워지기 전에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수요가 어느 정도 몰릴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생각만큼 주택시장으로 돈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출 규제가 강화돼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아진 것도 시장의 신규 주택에 대한 수요를 짓누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금리 인상 우려, 중도금 대출 규제 등이 잇달아 돈줄을 죄면서 수요자들이 주택 구입을 미루고 있다”며 “최근 주택담보대출자의 절반 이상은 사업 자금 등 주택 구매 이외의 용도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희창 ramblas@donga.com·천호성 기자
#주택대출#대출#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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