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2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기요금 인하 주장에 대해 “지금의 흑자는 요금 인하보다는 에너지 신산업 투자에 쓰여야 한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 “섣부른 전기요금 인하는 ‘교각살우(矯角殺牛·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와 같다.”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2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일각에서 제기된 전기요금 인하 주장을 이같이 일축했다. 유가 하락을 반영해 일시적으로 전기요금을 내리면 전력 소비 체계를 왜곡해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원가 이하로 공급되고 있는 산업용 전기요금과 관련해서는 요금 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
○ “전기요금 인하는 반대, 산업용은 개편 필요”
지난해 한전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본사 매각 등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자 전기요금 인하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의 하락으로 전기 생산비용이 줄어든 데다 적극적인 소비를 유도하려면 전기요금 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조 사장은 “유가가 내렸다고 전기요금을 내리면 전기 사용량도 늘게 된다”며 “요금을 내리기보다 온실가스 감축 등을 위한 투자를 늘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해선 “요금 체계를 개편할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지금처럼 산업 분야별로 요금을 부과하지 않고 전압별로 부과하는 방식 등으로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주택용, 산업용 등 용도별로 요금을 차등 부과하지 않고 전압별 단일 요금 기준을 적용하되 낮은 요금이 적용되는 시간을 늘리거나 전력수요 분산을 유도해 기업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지 않도록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한전은 올해 중국의 발전기업과 합작법인을 만들어 해외 발전소 사업을 수주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저가수주도 마다하지 않는 중국과 해외 시장에서 출혈 경쟁을 벌이기보다 상호 협력을 통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우수한 설계·조달 능력과 중국의 시공 능력이 결합되면 수익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전이 현지 기업이나 일본 기업이 아닌 중국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해외 수주에 나선 적은 없었다.
조 사장은 “해외 발전소 건설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바뀌고 있다”며 “이제는 중국을 파트너로 삼아 해외에 함께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조 사장은 2월경 중국을 방문해 중국 최대 발전기업인 화넝(華能)집단과 구체적 협력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 “신기후체제 위기 아닌 기회”
조 사장은 한전 역사상 세 번째로 연임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런 만큼 “올 한 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며 강력한 경영 혁신을 예고했다. 에너지 신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전력산업의 생태계를 바꾸는 데 한전이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조 사장은 “2020년 출범을 앞둔 글로벌 신기후체제가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것”이라며 “신재생에너지, 대용량 전기저장장치(ESS),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보다 앞선 정보통신기술(ICT)과 에너지 산업의 융합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대한전기협회장도 맡고 있는 조 사장은 “대한전기협회가 중심이 돼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ESS 분야 핵심 기능 인력을 연간 1000명씩 키워내겠다”며 “국내 기술로 만든 전력산업기술기준(KEPIC)을 국제 표준으로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KEPIC는 원자력·화력발전소, 송·배전 설비 등 전력산업 설비와 기기의 안전성,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만든 국내 전력산업계의 기술표준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에도 사용된 바 있다.
남북관계의 진전을 전제로 통일 이후를 대비한 북한의 전력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조 사장은 “통일이 된다면 제일 시급한 문제가 북한의 전력 문제일 것”이라며 “실질적인 액션플랜인 만큼 공개는 하지 않지만 상당히 많은 연구를 축적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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