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이장석 KSI대표 “알래스카서 냉장고 팔면 나쁜 세일즈맨이죠”

  • 동아일보

이장석 KSI대표의 영업론

이장석 코리아세일즈 인스티튜트(KSI) 대표는 진정한 영업 전문가 육성을 위해서는 “술 접대 위주의 기존 영업 관행을 버리고 고객의 근본적 니즈를 파악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훈석 기자 oneday@donga.com
이장석 코리아세일즈 인스티튜트(KSI) 대표는 진정한 영업 전문가 육성을 위해서는 “술 접대 위주의 기존 영업 관행을 버리고 고객의 근본적 니즈를 파악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훈석 기자 oneday@donga.com
국내 영업직 종사자는 얼마나 될까. 500만이다, 800만이다, 여러 주장이 있지만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그러나 실제 영업직 직함을 달고 활동하는 사람 이외에 자영업자나 업무상 실질적 영업 행위를 하는 사람을 모두 포함하면 경제활동 인구의 대부분이 영업과 관련한 일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영업을 주업으로 삼고 있지만 국내에 영업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나 연구를 진행하는 기관은 거의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0년을 영업 현장에서 보낸 세일즈 전문가가 최근 영업 교육 기관을 설립했다. 주인공은 이장석 코리아세일즈 인스티튜트(KSI) 대표. 이 대표는 1986년 한국IBM 영업부에 입사해 30년 동안 영업직에 몸담은 베테랑 영업맨이다. 한국IBM에서 고객 영업 부문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그는 한국식 영업의 한계를 지적하며 “국내 기업의 임원이나 관리자들이 영업을 기초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 GS25 ‘나만의 냉장고’ 서비스 주목

영업은 기본적으로 거래를 전제로 한다. 그 때문에 태생적으로 갑과 을이 형성된다. 즉,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을과,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갑 간의 계약이라고 할 수 있다. 영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는 바로 이 갑을 간에 대등한 관계가 형성되지 못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제공하는 서비스와 그에 대한 대가 사이에 ‘등식’이 성립해야 하는데 많은 경우 ‘부등식’이 성립한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제품이나 서비스에 맞는 대가를 지불하는 문화가 성립되지 않다 보니 뇌물이나 접대가 오간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올바른 영업 행위란 무엇일까. 이 대표는 “올바른 영업은 ‘고객에 대한 바른 이해’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선배들이 ‘알래스카에 가서 냉장고를 팔 수 있어야 진정한 영업’이라는 말을 자주 했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며 “고객에게 필요 없는 것을 파는 세일즈맨은 나쁜 세일즈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과거 IBM 아시아태평양 본부에서 2년 정도 근무할 때 만난 한 외국계 통신회사의 아시아태평양본부 사장과의 미팅을 예로 들었다. 그 외국인 사장은 목표 시장인 중국 상하이 지역에서의 인터넷 전화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매달 상하이에서 30층 이상 고층 빌딩이 어디에 몇 개씩 올라가는지, 심지어 각 빌딩에 들어가는 책상이 몇 개인지까지 모두 파악한다는 것. 이 대표는 “영업의 시작은 우리가 물건을 팔 고객에게 무엇이 필요할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주목하고 있는 영업의 성공 사례로 편의점 GS25의 ‘나만의 냉장고’라는 서비스를 꼽았다. 이 서비스는 ‘1+1’ 행사 시 당장 필요하지 않은 상품을 보관해 뒀다가 나중에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편의점에서 ‘1+1’ 행사를 할 때 당장 한 개의 아이스크림만을 먹고 싶다면 나만의 냉장고에 회원 등록을 하고 나머지 아이스크림 한 개를 나의 계정에 보관해 두면 된다. 이후 일정 기간 안에 다시 편의점을 들러 “지난번에 아이스크림 하나 넣어 놓은 것 있어요”라고 말하면 따로 결제하지 않고도 전에 보관해 둔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다.

그는 “‘나만의 냉장고’는 고객의 문제를 듣고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며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당연히 해당 편의점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충성도가 높아진 고객과의 관계를 활용하면 한 차원 높은 영업 활동도 가능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 상식 수준을 넘는 접대는 ‘독(毒)’

이 대표는 “특히 편법을 써서라도 높은 성과를 내는 것을 장려하는 분위기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만난 국내 굴지의 그룹사 임원과의 대화를 예로 들었다. 그 임원은 자기 밑에 있는 두 명의 직원 중 한 명은 회사의 원칙을 따르면서 60% 정도의 성과를 내고, 다른 한 명은 규정을 피해 위험한 선을 넘나들면서 120%의 성과를 내는데, 리더 입장에서는 솔직히 편법을 써도 120% 성과를 내는 직원이 더 예뻐 보인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이 대표는 “실적을 잘 내는 직원이 아무리 예뻐 보여도 절대로 그러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며 “규정을 피해서 성과를 내는 직원 한 명이 회사를 망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모든 접대가 항상 나쁜 것일까. 이 대표는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에서 상대가 부담을 느끼지 않는 접대는 바른 접대”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에 만난 한 영업사원은 일주일에 한번 오후 3시에 자신의 고객사를 찾았는데 갈 때마다 덥다 싶으면 아이스크림을 사 가고, 출출하다 싶으면 만두를 사들고 갔다”며 “이런 작은 노력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접대는 영업에서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 조언했다.

○ 멀티태스킹 능력-주인의식이 ‘영업 DNA’

이 대표는 특히 영업을 전문적인 영역으로 인식하지 않는 경향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영업인은 DNA가 다르다”라며 “영업을 단순히 말 잘하고, 술 잘 마시고,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영업직에 꼭 필요한 역량으로 멀티태스킹 능력을 꼽는다. 한번에 여러 명의 고객을 관리하며 수없이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하는 영업맨에게 멀티태스킹 역량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것. 그는 “연구직이나 개발직은 주어진 프로세스를 따라서 순서대로 일을 처리하면 되지만 영업은 기본적으로 사람과 사람 간 ‘관계’의 문제이기 때문에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이 많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돌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우선순위를 잘 파악해 효율적으로 일처리를 하는 멀티태스킹 능력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주인의식을 갖는 것 역시 진정한 세일즈맨으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덕목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휴전선을 지키는 초병에 비유해 설명했다. 그는 “최전방에서는 보통 200m당 한 명씩 초병을 배치한다”며 “초병이 자신에게 주어진 공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휴전선이 뚫리기 때문에 한시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영업 역시 마찬가지”라며 “자신에게 주어진 영역에서 자기의 몫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누가 대신 자신의 일을 해 줄 수도 없을뿐더러 회사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철두철미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영업에 임해야만 진정한 ‘영업 DNA’를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이 인터뷰 기사의 전문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191호(12월 15일 자)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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