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 1조2000억 유상증자 이재용, 최대 3000억 참여

  • 동아일보

기존 주주 미청약분 발생시… 李부회장 일반공모에 청약
시장 ‘증자 불안감’ 잠재우기… 삼성 “지분 확보 목적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최대 3000억 원의 사재를 들여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의 일반 공모에 참여한다. 삼성엔지니어링에 지분이나 직책은 없지만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리더로서 오너 책임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삼성그룹은 7일 삼성엔지니어링이 이사회를 거쳐 발표한 유상증자 과정에서 향후 기존 주주들의 미청약분이 발생할 경우 이 부회장이 일반 공모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 측은 “이번 삼성엔지니어링의 유상증자는 자본 잠식 상태를 해소하고 상장 폐지를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성공적으로 완료돼야 하지만 대규모 증자로 인해 기존 주주들의 미청약 발생 우려가 있다”며 “이에 이 부회장은 회사가 겪게 될 어려움과 기존 주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 3000억 원 한도로 일반 공모에 청약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부회장은 기존 주주들의 미청약분에 대해 일반 투자자들과 동일한 조건으로 일반 공모에 참여할 계획이며, 만약 미청약분이 발생하지 않으면 참여할 수 없다.

이날 삼성엔지니어링 이사회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조2000억 원(자본금의 600%)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결의하고 신주 발행 주식 수는 1억5600만 주, 예정 발행가는 발행가 산정 기준과 할인율 15%를 적용해 7700원으로 책정했다.

최근 계속 주가가 하락 중인 삼성엔지니어링은 7일 종가가 1만3950원까지 떨어졌다. 주가가 계속 떨어지면서 사내외에서 유상증자 성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었고 이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이 부회장이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삼성 측은 “투자 차익이나 지분 확보 목적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에 지분도, 직책도 없지만 결국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리더로서 회사를 책임지겠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며 “삼성전자 등 계열사들이 동원되면 이사회를 거쳐야 하고 배임 이슈가 생길 수도 있어 오너가 직접 사재를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히 이 부회장의 유상증자 참여 소식은 화학 계열사들처럼 삼성엔지니어링도 결국 외부에 매각할 것이라는 시장의 루머를 잠재우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버리지 않고 계속 가져갈 회사라는 신호를 시장에 확실하게 줬다는 의미다.

이 부회장의 사재 3000억 원 마련 방안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액수 한도는 이 부회장이 재무 및 관재 담당자와 직접 상의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엔지니어링 구주주에게 배정되는 1주당 신주 배정 주식수는 3.3751657주로 20%까지 초과 청약이 가능하며, 구주주 청약은 내년 2월 11일과 12일 양일간 진행된다. 우리사주조합 청약은 내년 2월 11일 진행된다. 일반 공모 청약은 같은 달 15, 16일 진행될 예정이며 신주 상장 예정일은 내년 3월 2일이다.

김지현 jhk85@donga.com·강유현 기자
#삼성엔지니어링#이재용#유상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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