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에 이어 종신보험 등의 보험료가 연말 이전에 줄줄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1%대 저금리 시대를 맞아 수익성이 악화된 보험사들이 요금 인상에 대한 여론 부담이 커지는 내년 4월 총선 전에 보험료를 단계적으로 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들은 하반기 중 종신보험처럼 보장 기간이 긴 장기상품을 중심으로 보험료를 10%가량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의 구체적인 시기와 규모를 두고 저울질하고 있다. 생보사는 9월 이후 종신보험이나 비갱신형 장기상품 등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보험료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금리가 낮아 보험금을 운용해서 얻는 수익이 많지 않다”며 “보험료 인상 요인이 있더라도 한 번에 큰 폭으로 올리기는 어려워 9월과 내년 1월 두 차례에 걸쳐서 보험료를 10%가량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보험금 지급에 대비해 쌓아두는 책임준비금에 붙는 표준이율이 올해 3.25%에서 내년 2.25% 수준으로 1%포인트가량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표준이율이 1%포인트 낮아지면 보장성 보험의 보험료는 30%가량 오른다. 보험사들은 표준이율이 낮아지면 책임준비금을 더 쌓아야 하기 때문에 보험료를 올리곤 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최근 보험료 책정의 자율화를 강조하는 등 금융당국이 보험료 자율화를 내세우면서 보험료 인상을 둘러싼 보험사들의 눈치작전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료를 자유롭게 결정하라는데도 보험사들이 표준이율이 어떻게 될지, 보험료를 얼마나 올려야 할지 문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손보업계는 이미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나섰다. 악사손해보험이 7월 자동차보험료를 평균 5.4% 올리면서 물꼬를 텄다. 다른 손보사들도 보험료 인상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보업계는 “외제차 수리비 증가, 보험사기 등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손해율이 높을수록 보험사의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2012년 83.6%에서 2013년 86.8%, 지난해 88.3%로 올랐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내년에는 총선이 있어 국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보험료를 인상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험료 인상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부담이다. 상반기(1∼6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자동차 운행이 줄면서 대형 손보사를 중심으로 손해율이 낮아지면서 자동차보험료 인상의 명분이 약해졌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수익이 반짝 좋아지긴 했지만, 길게 보면 저금리로 역마진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보험료 인상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단계적 인상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올리기 전에 사업비를 절감하거나 자산 운용 수익률을 높이는 자구 노력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보험료 자율화는 수익구조 개선을 통해 보험사가 자유롭게 경쟁하라는 취지이지 보험료를 마음대로 올리라는 뜻은 아니다”라며 “보험사들이 장기적인 시각에서 수익구조를 개선하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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