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펀드 한달새 천당과 지옥…‘반토막 악몽’ 재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9일 03시 00분


상하이지수 3500마저 위협

올해 3월 은행 예금 5000만 원을 찾아 중국 본토 펀드에 투자한 은퇴자 김모 씨(61)는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지난달 초 펀드 수익률이 25%를 넘길 때만 해도 돈을 더 넣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었다. 하지만 한 달도 채 안 돼 중국 증시가 폭락하면서 순식간에 원금을 까먹기 시작했다. 그는 “당장 손해 보고 팔아야 하는지, 망설이다가 돈을 몽땅 날리는 건 아닌지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중국 증시가 끝 모를 추락을 이어가면서 한국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금융회사 영업점에는 2007년 중국 증시 폭락의 악몽이 재연될까 봐 노심초사하는 고객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그리스 위기보다 수렁에 빠진 중국 증시가 한국 경제의 더 큰 리스크라는 우려가 나온다.

○ 상하이증시 폭락, 한국·일본까지 강타


8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무려 219.93포인트(5.90%) 급락한 3,507.19에 마감하며 3,500 선을 간신히 지켰다. 상하이지수는 지난달 12일 5,166.35로 연중 최고점을 찍은 뒤 수직 낙하를 지속해 이날까지 32.1%나 추락했다.

중국 당국이 4일 신규 기업공개(IPO) 잠정 중단, 1200억 위안(약 22조 원) 규모의 시장안정화기금 투입 등 증시 부양책을 쏟아냈지만 6일 단 하루 약발이 먹혔을 뿐 폭락 행진은 이어지고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동안 중국 증시가 ‘정책 약발’로 올랐는데 이제는 정부가 처방을 내놓아도 오히려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실물경제가 경착륙 우려를 낳을 만큼 빠르게 식고 있는 상황에서 증시만 과도하게 올랐기 때문에 지금의 조정장이 당연한 수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시아 증시도 ‘패닉’에 빠졌다. 이날 한국의 코스피는 1.18% 하락했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3.14% 급락한 19,737.64엔에 마감해 지난해 3월 이후 최대 하락 폭을 나타냈다.

특히 국내 증시에서 중국 관련 수혜주로 꼽혔던 화장품주는 이틀째 급락세를 이어갔다. 아모레퍼시픽은 전날 10.07%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1.04% 하락했고 한국콜마(―7.01%) 에이블씨엔씨(―6.47%) 코스맥스(―6.05%) 등도 동반 하락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은 그리스 악재보다 중국 증시가 더 위험 요인”이라며 “중국 증시 하락이 장기화되면 중국 경기의 둔화 폭이 커지면서 한국 금융시장과 국내 경기 회복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 국내 투자자들도 패닉

은행과 증권사 영업점에는 중국 본토 주식에 직접 투자하거나 중국 펀드에 가입한 고객들의 문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 본토 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후강퉁’이 시행되고 올 들어 상하이증시가 급등하면서 중국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이 크게 늘었던 상황.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는 “아침마다 중국 투자 고객 10명 이상이 문의 전화를 한다”며 “올 초만 해도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는데 지금은 원성을 듣고 있다”고 토로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7일 현재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중국 본토 펀드의 설정액은 2조6591억 원에 이른다. 올 들어 중국 본토 펀드에만 7084억 원의 뭉칫돈이 새로 유입됐다.

하지만 중국 증시 급락으로 중국 본토 펀드의 최근 1개월간 평균 수익률은 단숨에 ―20.41%로 고꾸라졌다. 3개월 수익률도 ―0.27%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과도하게 컸다고 지적한다. 이종훈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주식운용팀장은 “고점에 들어가 아직 수익을 내고 있는 투자자는 당장 펀드를 환매하고, 단기간에 자금이 필요한 사람들도 손해를 보고 펀드를 처분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반면에 황범연 하나대투증권 PB는 “지금은 중국 증시가 패닉에 빠졌지만 잠재력까지 사라진 건 아니다”라며 “장기간 묵혀둘 수 있는 자금이라면 선강퉁(선전과 홍콩 증시의 교차 거래 허용) 등을 대비해 기다리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건혁 gun@donga.com·정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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