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현실 활용해 제품 검색 ‘스마트 유통’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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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술, R테크 시대로]<1>온라인-오프라인 융합

한국IBM의 IT체험관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한국IBM 본사에 위치한 클라이언트센터 데모존. 다양한 정보기술(IT) 솔루션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IBM 관계자는 “최근 유통과 첨단 기술의 결합이 중요 영역으로 떠오르면서 증강현실 쇼핑 기술, 소비자 인지 예측 기술(PCI) 등을 체험해 보려는 국내 유통업체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한국IBM 제공
한국IBM의 IT체험관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한국IBM 본사에 위치한 클라이언트센터 데모존. 다양한 정보기술(IT) 솔루션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IBM 관계자는 “최근 유통과 첨단 기술의 결합이 중요 영역으로 떠오르면서 증강현실 쇼핑 기술, 소비자 인지 예측 기술(PCI) 등을 체험해 보려는 국내 유통업체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한국IBM 제공
시리얼을 사러 대형마트에 온 A 씨. 10여 개 시리얼을 보고 생각했다. ‘이 중에서 가장 칼로리가 낮은 게 뭘까.’

A 씨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매장 선반을 비췄다. 그랬더니 화면에 각종 아이콘이 떴다. 칼로리 버튼을 누르자 화면 속 시리얼들에 1∼10위까지 번호가 매겨졌다. 칼로리가 낮은 순이었다. ‘이 중 할인이 되는 건 뭐지?’

다시 스마트폰 화면 속 ‘할인’ 아이콘을 눌렀다. 할인되는 상품에만 칼로리가 낮은 순으로 번호가 매겨졌다. 그는 30초 안에 원하는 제품을 찾았다.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한국IBM 클라이언트센터 데모존. 각종 정보기술(IT) 솔루션을 체험하고 시연 영상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날은 유통의 미래를 보여줄 신기술이 곳곳에서 시연됐다.

A 씨가 증강현실(AR)을 활용해 할인 상품 중 칼로리가 낮은 시리얼을 빠르게 찾은 기술은 곧 상용화될 솔루션이다. 증강현실을 활용해 매장 선반을 정리하는 직원용 솔루션은 이미 상용화돼 영국 테스코 매장에서 쓰인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매장 선반을 비추면 각 자리에 비치해야 할 상품이 표시된다.

김은경 한국IBM 인더스트리 솔루션 아키텍트는 “오프라인 매장과 증강현실, 위치기반 서비스, 소비자 인지 예측 기술, 웨어러블 기기 등이 결합되면 완전히 새로운 유통의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 유통의 미래, R테크에 있다

최근 유통업계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쏟아지는 기술을 어떻게 유통에 적용할지 여부다. 이른바 유통(retail)과 기술(technology)의 만남, ‘R테크’가 향후 유통의 미래를 좌지우지한다는 얘기다.

모바일이 소비자의 ‘신체의 일부’가 되면서 소비자가 정보를 얻고, 물건을 사고, 결제하는 모든 것이 달라지면서 생긴 변화다. ‘구매→재고 관리→소비자 경험 및 관리→결제→배송’까지 유통의 모든 단계에 누가 먼저 새로운 기술을 최적화하느냐가 중요한 화두가 됐다.

대다수의 소비자는 정보 탐색 및 주문에 R테크를 활용하는 편으로,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도 개방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IBM이 전 세계 16개국 소비자 3만554명의 소비 행태를 분석한 결과, 기술 활용 여부에 따라 △전통적 소비자(19%) △과도기적 소비자(40%·정보 탐색에 주로 활용) △기술 선호 소비자(29%·정보 탐색 및 구매에 활용) △기술 선구적 소비자(12%·모든 신기술을 활용해 쇼핑)로 나뉘었다.

이 중 ‘기술 선구적 소비자’는 소득수준이 조사 소비자 평균보다 7%포인트 높고, 미래 소득에 대해서도 평균보다 24%포인트 높게 낙관했다. 또 이들은 쇼핑 자체를 즐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통기업이 놓쳐서는 안 될 소비자인 셈이다.

○ 온·오프라인 융합 시대

이에 따라 국내외 유통, IT 기업들은 발 빠르게 R테크 분야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유통을 융합하는 데 적극적이다. 애플과 IBM은 지난해 12월 오프라인 매장에서 쓸 수 있는 직원용 애플리케이션을 함께 내놓고 국내외 오프라인 유통업체들과 협업 중이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도 적극적이다. 특히 신동빈 롯데 회장은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을 롯데의 최대 경쟁자로 꼽으며 “모든 유통채널에서 동일한 쇼핑 환경을 구현할 것”을 그룹 계열사에 주문했다. 신세계는 보다 근본적인 IT 실험을 감행하며 인재 영입에 투자 중이다.

CJ오쇼핑, 인터파크, GS샵 등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반대로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확대한다. 이른바 O2O(온라인 to 오프라인) 전략이다. CJ오쇼핑은 이달부터 7월 말까지 롯데백화점 서울 본점에서 홈쇼핑 의류를 판매하는 팝업 스토어(임시매장)를 운영한다.

모바일로 주문한 백화점 옷, 편의점서 찾거나 반송 가능 ▼

황준호 CJ오쇼핑 O2O 사업팀 부장은 “언제 어디서나 고객이 원할 때 그 자리에 있기 위해 TV홈쇼핑, 온라인, 백화점, 아웃렛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배송 허브’ 되는 편의점

온·오프라인 융합을 위해 나온 대표적인 R테크로는 온라인에서 주문해 오프라인에서 상품을 받는 서비스가 꼽힌다. 월마트는 지난해 작은 슈퍼 형태의 매장 200여 개를 미국 전역에 세워 온라인 주문의 오프라인 픽업 허브로 삼았다. 국내에서는 롯데그룹이 ‘스마트 픽’ 서비스로 이름을 붙이고, 전 유통계열사에서 시도 중이다.

특히 롯데는 향후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R테크의 ‘전진 기지’로 삼을 계획이다. 국내 7250여 개 지역 밀착형 매장을 갖춘 세븐일레븐이 온라인에서 산 물건을 받거나 반품하는 일종의 ‘배송 허브’가 될 수 있다는 전략이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1월 롯데백화점과 연계해 서울 중구 소공점에 ‘픽업 로커’를 설치했다.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을 사물함에 보관해 두면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아무 때나 찾아갈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하반기(7∼12월)에 20∼30개 점포에 픽업 로커를 설치할 계획이다. 롯데홈쇼핑과는 반품 대행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진호 롯데백화점 옴니채널팀장은 “요즘 소비자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쇼핑을 할 때에도 모바일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활용한다”며 “쇼핑 패턴의 변화에 따른 다양한 채널을 개발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 R테크 ::

유통(Retai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 소비자 경험을 포함해 유통의 모든 단계에 필요한 다양한 모바일 및 위치기반 서비스, 온·오프라인 융합 시스템을 의미한다.

김현수 kimhs@donga.com·염희진·한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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