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CEO]女心 흔드는 치명적 매력… 우리가방, 세계와 통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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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명품으로 비상하는 힐리앤서스(HELIANTHUS)

힐리앤서스 홍콩 하버시티몰 매장.
힐리앤서스 홍콩 하버시티몰 매장.
여심(女心)뿐 아니라 남자들의 마음까지 흔드는 매력으로 두꺼운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핸드백·백팩 등 가방 업계에서 뜨고 있는 브랜드가 있다. 이탈리아에서 공수한 최상급 가죽소재 가방으로 패셔니스트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힐리앤서스(대표 남혜령·www.helianthusseoul.com)’다.

올해로 4년이 된 이 브랜드의 성장세가 무섭다. 패션의 메카 가로수길 작은 매장에서 시작해 국내외의 내로라하는 백화점과 면세점, 쇼핑몰이 서로 모셔가기 전쟁을 펼칠 만큼 영향력 있는 패션잡화 브랜드로 성장했다. 힐리앤서스는 전 세계에서 한국판 명품의 태동을 알린 브랜드다. 장인 혼으로 정성 들여 만든 제품으로 유명 수입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도대체 왜, 그리고 무엇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빼앗은 걸까. 힐리앤서스의 남혜령 대표를 만나봤다.

남다른 ‘가죽’ 사랑… 힐리앤서스의 탄생


성공을 향해 달려가고 있거나 이미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보면 언제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창조적 에너지’와 ‘자신감’이다. 우연한 기회에 인생에서 절호의 기회를 포착했든, 밑바닥부터 굵은 땀방울을 흘렸든, 이 두 가지 요건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힐리앤서스 남 대표에게도 자신감과 에너지, 창조성이 배어 있었다. 남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가죽 전문가다. 그녀의 가방 디자인도 가죽 사랑에서 비롯됐다. 과거 의류회사 디자이너로 일하던 남 대표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회사를 접고 이탈리아로 날아갔다. 현지에서 가죽 고르는 법부터 염색, 가공까지 직접 부딪혔다.

“가죽 소재가 무조건 좋았어요. 20대 중반 이탈리아 악어 가방을 처음 본 순간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가죽 가공법을 배워 나도 명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남 대표가 던진 사직의 변이다.

이탈리아에서 밑바닥부터 가죽의 기본기를 다진 그녀는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 성동구 일대의 공장을 찾아다니며 봉제를 배웠다. 2003년 가죽컨설팅 회사를 세운 뒤 수많은 난관을 거쳐 8년 만에 탄생한 브랜드가 힐리앤서스다.

편한 길을 버리고 택한 ‘나만의 길’은 그녀를 배신하지 않았다. 힐리앤서스는 론칭 1년여 만에 가로수길을 대표하는 핫 아이콘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수많은 연예인들이 착용하며 이름이 알려졌고 가로수길을 찾은 관광객들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의 고급 가죽 가방 전문점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남들과 똑같지 않은 신선한 디자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급스러움을 잃지 않은 가죽 고유의 클래식함이 소비자를 끌어 당겼다.

남 대표는 “1950∼70년대 문화예술작품이나 시대의 아이콘, 그리고 추억 속의 인물들에서 영감을 얻어 젊음을 상징하는 유니크한 느낌으로 재창조했다”고 설명했다.

가방 제작에 사용하는 모든 가죽은 이탈리아 현지에서 직접 개발해 가져온다. 최상급을 자랑하는 가죽 소재는 이탈리아 장인의 정통성을 계승하는 남 대표의 안목을 거쳐 수공예 가방으로 재탄생한다. 로고만 내세우는 명품 백에 식상해진 소비자들이 ‘가치구매’에 눈을 돌린 것도 힐리앤서스의 인기 요인이다. 맹목적인 명품 선호 거품이 사라지면서 개성과 실속을 찾는 소비자들과 시대의 패션아이콘 연예인들이 힐리앤서스를 찾고 있다.

힐리앤서스 가로수길 매장.
힐리앤서스 가로수길 매장.
‘무언(無言)’의 경쟁력…가로수길에서 세계로

가장 좋은 가죽으로 최상의 가방을 만든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1년도 안돼 백화점 바이어들이 입점을 제의해 왔다. 곧이어 면세점에서도 그를 찾았다. 힐리앤서스는 2012년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에 이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 잇달아 들어가면서 화제가 됐다. 지난해에는 롯데백화점 본점과 신세계 강남점, 롯데면세점 잠실 C2점에 입점하면서 총 6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홍콩 쇼핑몰 하버시티에 입점하면서 중화권에서의 인기를 증명했다. 하버시티 몰은 오픈 6개월이 채 안됐지만 현재 가로수길 본점과 매출이 비슷할 정도로 현지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힐리앤서스는 전년 대비 120%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도 올해는 매출 목표를 150억 원으로 오히려 늘려 잡았다.

올해와 내년에는 홍콩을 비롯해 싱가포르와 대만 중국 쪽에도 매장을 확장할 계획이다. 아울러 가방을 넘어 액세서리까지 패션잡화 라인업을 늘려갈 방침이다. 또한 2016년에는 미국 시장으로 진출할 예정이다.

남 대표가 들려주는 비즈니스의 첫 번째 원칙은 끊임없이 상식을 파괴하라는 것이다. 신상품이 히트하려면 과거의 고정된 관념이나 상식을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교훈을 준다.

힐리앤서스 시그니처 백 ‘다이애나’ 가방 열풍!

힐리앤서스는 독특한 소재와 컬러로 개성을 선호하는 세련되고 열정적인 여성들을 위해 새로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힐리앤서스의 시그니처 백인 ‘다이애나’ 가방이 대표적이다. 다이애나백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패션 아이콘이었던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럭셔리하지만 절제되지 않은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백이다. 수백만 원짜리 해외 명품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인기 요인이다.

힐리앤서스는 최근 기존 다이애나 백보다 더 커진 유니섹스 라인 다이애나 백팩을 선보였다. HT패턴(힐리앤서스 시그니처)은 오톨도톨하게 연결된 독특한 텍스처의 ‘엠브로이터리’ 공법으로 가공한 이 제품은 전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톱 부분의 핸들과 크로스 보디 듀얼 스트랩이 실용적인 면모를 더해주며 활동적이면서도 럭셔리함을 추구하는 콘셉트가 남녀 모두에게 어필하고 있다. 심지어 한 외국 브랜드에서 유사하게 카피해서 내놓을 정도로 다이애나 백의 디자인은 독보적이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로 질주!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기회를 성공으로 만든 남 대표는 또 다른 기회를 위해 달리고 있다. 힐리앤서스를 스토리가 있는 글로벌 브랜드로 만드는 것의 그녀의 꿈이다. 샤넬처럼 아이덴티티가 확실한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는 게 남 대표의 바람이다.

“브랜드는 말을 하지 않아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힐리앤서스 가방을 들었다면 ‘나는 굉장히 독립적이고 당당하며 자신을 사랑하는 세련된 사람이다’라는 무언의 말을 하게끔 만들고 싶습니다. 자신 있는 패션센스, 당당하고 소신 있는 스타일이 힐리앤서스의 디자인 철학입니다.”

브랜드가 곧 경쟁력이라는 게 남 대표의 소신이다. 유럽의 명품 브랜드가 가고 있는 전형적인 전통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중요하며, 경쟁 상대는 오직 세계뿐이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20여 년간 갈고 닦은 능력으로 자신의 일을 즐기고, 이제 세계시장을 겨냥하는 남 대표의 ‘광폭 행보’가 세계 속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2015 시즌 최초로 양가죽 데님 소재 개발 성공▼

매 시즌 앞서가는 컬러와 소재를 제안해 선택의 즐거움을 주는 힐리앤서스가 ‘샤먼 백’을 출시했다. 2015 봄/여름(S/S) 패션 키워드인 양가죽 데님을 활용한 독특한 아이템이다.

힐리앤서스의 ‘샤먼 백’은 복고 열풍에 휩싸인 2015 S/S 트렌드와 걸맞은 신제품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올 봄여름 대한민국은 복고 열풍에 휩싸일 조짐이다. 와이드팬츠부터 ‘청청’ 스타일까지 데님을 활용한 다양한 아이템들이 패션계를 강타하고 있다. 데님을 빼놓고는 복고를 논할 수 없을 정도로 복고 패션에 있어 데님은 필수적이다. 위아래로 데님을 모두 매치한 ‘청청패션’은 촌스러움을 상징했지만 요즘은 세련되고 감각 있는 사람만이 소화할 수 있는 패션이 됐다.

힐리앤서스만의 독보적 기술력을 통해 세계 최초로 양가죽을 ‘데님 텍스처’로 완벽하게 개발한 샤먼 백은 ‘엠브로이터리’ 가죽의 세련미와 캐주얼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스타일링에 포인트가 가능해 벌써부터 많은 패션 피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남혜령 힐리앤서스 대표는 “샤먼 백은 여행객의 배낭에서 영감을 받은 유니섹스 라인으로 가죽 소재에 따라 색다른 느낌으로 연출할 수 있다”며 “캐주얼에서 세미 정장까지 남녀 모두 데일리 백팩으로 다양하게 소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힐리앤서스는 그들만의 아카이브를 선보이는 높은 퀄리티의 제품들로 많은 팬 층을 확보하며 국내외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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