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손성원]달러 강세가 한국 경제에 주는 영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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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현실이 될 美 금리인상과 달러화 가치 상승
상당한 규모 부채 보유한 한국… 상환 부담 커지는데
경제성장은 점점 둔화
정부 경제 살리기 총력 기울이고 기업은 위험회피 전략 고려해야

손성원 객원논설위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채널아일랜드 석좌교수
손성원 객원논설위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채널아일랜드 석좌교수
머지않아 현실이 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은 한국은 물론이고 글로벌 경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미 달러화 가치의 상승과 달러 차입 비용의 상승을 의미한다. 이유는 막대한 규모의 미 달러화 표시 부채 때문이다. 미국 이외의 전 세계 비금융 기업들이 차입한 달러화 표시 부채 규모는 9조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신흥국의 달러화 표시 부채는 2009년 2조 달러에서 2014년 4조5000억 달러로 급증했다. 아시아 국가의 달러 등 외화 표시 부채는 2014년 2조1000억 달러로 치솟았다. 한국의 경우 추정치는 없지만 정부와 민간기업의 달러화 표시 부채도 상당한 규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 국가들이 이렇게 많은 달러화 부채를 갖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경상수지 적자를 메우기 위해 달러를 빌리는 것이다. 브라질 터키 같은 나라들이 경상수지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달러화를 차입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은 수년간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이런 목적으로 달러화를 차입할 필요는 없다.

달러 차입의 또 다른 이유는 달러화 부채의 금리가 낮기 때문이다. 다양한 금리의 기준이 되는 10년 만기 미 재무부 채권의 수익률은 한국 등 다른 나라의 금리와 비교해 크게 낮은 연 1.5% 수준에 불과하다.

달러를 차입하는 또 다른 목적은 인도와 중국처럼 부동산 개발비용을 충당하거나 브라질과 러시아처럼 에너지 관련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2014년 중반까지 유지된 높은 에너지 가격은 에너지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 증가를 불러왔다.

문제는 달러화 가치가 계속 상승하면서 원화 등 다른 나라 통화로 환산한 달러화 부채 부담이 급증했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설상가상으로 세계 곳곳의 부동산 가격과 에너지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은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다. 그래도 문제는 있다.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원화로 갚아야 할 부채상환 부담이 커진다. 달러화 가치가 25% 상승하면 달러화 부채가 1000억 달러인 나라의 달러화 부채는 실질적으로 1250억 달러로 늘어난다. 더욱이 미 연준이 통화 긴축에 나서면 달러화 표시 부채나 채권의 변동금리도 오르기 때문에 이중고가 될 것이다.

달러화 부채의 실질적 부담이 높아지는 게 분명한데, 한국 경제는 그 부담을 감당할 만큼 충분한 소득을 창출하고 있는가. 거의 모든 전망들을 보면 한국의 경제성장률과 소득 창출은 하락세다.

국내적으로는 경제성장의 엔진이 돼야 할 소비지출이 살아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의 소비심리는 풀리지 않고 있다. 실제 실업률은 통계청이 발표한 3.8%보다 훨씬 높다고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하고 있다. 일자리 구하기는 어렵고, 특히 청년층의 취업난은 심각하다. 기업들은 미래를 확신하지 못해 대규모 투자를 꺼리고 있다.

나라 밖 사정도 만만치 않다.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의 경제 상황은 한국의 수출 기업들에 큰 변수다. 중국의 경제성장은 둔화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추세가 이어지면서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 역시 현저히 감소할 것이다.

중국은 한국에서 중간재를 많이 들여와 수출상품을 만들었다. 이제는 중국이 중간재를 직접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수입할 필요가 없다. 머지않아 중국은 자동차부터 휴대전화까지 모든 것을 한국으로 수출하게 될 것이다.

요컨대 미국의 금리 인상은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불러올 것이고 달러화 가치는 올라갈 것이다. 달러화 가치의 상승은 원화처럼 외국 통화로 갚아야 할 부채의 액수가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온다. 부채를 상환하려면 소득이 늘어나야 하는데, 한국의 경제성장이 둔화한다는 것은 빚 갚을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머지않아 미국의 금리 인상과 달러화 가치 상승이 현실이 될 때를 대비해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정부로서는 견고한 경제성장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통화정책을 펼친다면 한국 경제는 성장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기업들은 달러화 가치 상승에 대비해 헤징(위험 회피) 전략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손성원 객원논설위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채널아일랜드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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