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혜택 줄취소… 정부는 이제야 “파악중”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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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외국기업 우대 폐지 본격화

중국 정부의 외자기업 우대혜택 금지조치에 따라 기존에 약속했던 혜택도 줄줄이 취소되면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의법치국(依法治國·법에 따라 나라를 다스린다)’을 내세우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약속을 어긴 것’이라는 이의제기를 하기 힘든 상황이다.

중국에서 서비스 사업을 하는 A사는 모 지방정부로부터 “사무실을 이전해 오면 수억 원에 이르는 세제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지난해 이전을 마쳤지만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무실 이전에 따른 비용만 들어간 셈이다.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B사도 지방정부로부터 “공장건물을 무료로 임차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진출한 뒤 지난해까지는 혜택을 받아왔지만 올해부터는 혜택이 중단됐다.

중국 국무원의 외자기업 우대정책 금지조치는 지방정부 및 유관기관이 중국 법률에 규정되거나 국무원의 비준을 받지 않은 우대정책을 절대 쓸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즉 지방정부는 사업성 요금(전기·수도요금 등)과 사회보험관리제도 등을 엄격히 집행해야 하고 기업에 대해 요금과 정부기금을 감면해주거나 연기 징수해서도 안 된다. 또 시장가격보다 훨씬 싼 가격(우대가격)이나 무료로 토지 등 국유자산을 매매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앞으로 중국 지방정부가 외자기업과 협의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일도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협의, MOU, 회담기록, 지시요청서, 보고서, 회신 내용 등을 통해 기업과의 우대계약 상황을 파악할 방침”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은 큰 혜택을 받았던 대기업을 중심으로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선뜻 공개적으로 나서지는 못하고 있다. 2006년부터 중국 우시(無錫) 공장을 가동 중인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지방정부로부터 받았던 토지 장기임차 및 세금 인센티브 등의 혜택이 없어지면 적잖은 타격을 입을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국 진출 대기업 관계자는 “예전엔 중국에 들어갈 때 인센티브를 따져가며 했지만 요즘엔 진출하려는 경쟁업체도 많아지고 중국 시장이 워낙 중요해지다 보니 허가만 받아도 감지덕지라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고 전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기업으로선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나 사실상 마찬가지인데, 지방정부의 약속을 중앙정부가 뒤집은 셈”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통지가 하달된 지 석 달이 넘었지만 한국 정부는 이제야 상황 파악에 들어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주중 한국대사관을 통해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며 “어떤 경우에도 우리 기업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책 마련에 들어간 산자부는 한국무역협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 유관기관 등을 통해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한편 외교부와의 협의 채널도 가동했다.

다른 나라도 비상이다. 특히 중국에 진출한 기업이 많은 대만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애플의 하청업체로 허난(河南) 성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대만 폭스콘은 이번 조치로 50억 위안(약 8890억 원)의 세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일시적인 것이라기보다는 큰 흐름을 반영한 것이어서 한국 기업들이 이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최용민 한국무역협회 베이징 지부장은 “앞으로도 우대혜택이 더 축소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혜택을 고려하기보단 시장 자체에서 입지 조건을 찾아야 한다”며 “공장 자동화 시설에 투자하는 등 노력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중국 지방정부가 기업에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이 구두로 이뤄진 경우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비슷한 제안을 받을 경우 정식 문서로 약속 내용을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중국 광저우(廣州)에 디스플레이 패널 공장을 준공한 LG디스플레이는 중국 중앙정부로부터 모든 계약조건에 대한 승인을 받아놓은 터라 이번 조치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성규 sunggyu@donga.com·강유현 / 세종=손영일 기자
#중국#외자기업#우대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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