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는 봄바람 현장은 찬바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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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산업생산 4년새 최대폭 증가… 車-조선-해운 등 실물경기는 냉랭

2월 생산, 소비, 투자 현황을 보여주는 경제 지표가 일제히 반등했다. 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세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1월 실적이 워낙 좋지 않은 데 따른 ‘기저효과’ 등이 작용해 실제 경기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31일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2월 전체 산업생산은 1월보다 2.5% 늘었다. 2011년 3월(4.0%) 이후 46개월 만의 최고 증가폭이다. 자동차(4.6%)와 반도체(6.6%)의 생산이 늘면서 광공업 생산이 2.6% 증가했고, 소매판매(2.6%)와 설비투자(3.6%)도 호조를 보였다. 산업전력 판매량 역시 상승 추세다.

현재의 경기를 보여주는 경기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3개월 연속 올라 세월호 사고 이전인 지난해 3월 수준(100.5)을 회복했다. 제조업 경기 실사지수(BSI)도 3포인트 오른 77로 두 달 연속 개선됐다.

지표는 좋지만 경기 흐름에 대한 판단은 엇갈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주택, 주식 등 자산시장의 개선세가 지속되고 있고 재정을 조기 집행하면서 실물 경제에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저금리와 저유가 등 대내외 여건 개선이 가계와 기업에 호재로 작용했다”고 낙관론을 폈다.

반면 통계청은 “1월 지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이와 비교한 2월 지표가 좋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1, 2월 평균치를 놓고 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평균보다 전체 산업생산은 0.1% 증가하는 데 그쳤고 광공업 생산은 0.3% 감소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30일 “성장률과 물가가 당초 전망 경로를 상당 폭 하회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산업 현장에서 감지되는 경기는 아직 냉랭한 편이다. 반도체 등 일부 업종 외에는 상황이 좋지 않다. 2월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7% 줄었다. 엔화 약세와 러시아 및 동유럽 시장의 불안 때문이다. 해운업계 실적에 영향이 큰 운임도 낮아졌다. 올해 들어 아시아∼유럽 노선의 컨테이너 운임은 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당 500∼600달러로 1년 반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수출 물동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조선업계도 1, 2월 전 세계 월별 선박 발주량이 작년 동기 대비 3분의 1가량 줄어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미약한 회복세를 공고히 하려면 저유가 흐름이 기업의 생산, 가계의 소비에 연결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적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강유현·최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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