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이 AIIB 좌지우지 우려… 투명성 약해 거리 둘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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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엔’ 日 사카키바라 前재무관이 본 아시아 新경제질서

세계적인 경제분석가로 인정받는 사카키바라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가 24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마음대로 되는 아시아 신(新)경제질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세계적인 경제분석가로 인정받는 사카키바라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가 24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마음대로 되는 아시아 신(新)경제질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8일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博鰲) 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아시아 운명공동체 구축을 주창했다. 미국 대신 중국 주도의 아시아 신(新)질서 구축을 선언한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발판의 하나가 2013년 자신이 직접 제안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발족이다.

유럽은 물론 한국 등 아시아 각국이 AIIB 참여를 선언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함께 아시아의 기존 경제 질서를 주도해온 일본은 여전히 신중하다. 일본의 속내는 뭘까. 사카키바라 에이스케(신原英資)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는 “중국의 생각대로만 되는 아시아의 신질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미스터 엔’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교수는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일본 대장성 국제금융국장과 재무관(차관급)을 지내며 세계 금융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실력자다. 24일 그의 도쿄(東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시 주석 발언 이후 변화된 상황을 감안해 30일 전화로 다시 문답을 나눴다.

―중국의 AIIB 발족을 어떻게 평가하나.

“아시아개발은행(ADB) 내에서 더이상 영향력을 확대할 수 없으니 이에 필적하는 중국 중심의 은행을 만들겠다는 게 설립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현재 ADB는 일본과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총재도 대대로 일본이 맡고 있다. AIIB 발족은 중국 나름의 경제 질서를 만들겠다는 복안이지만 그렇다고 전후 경제 질서에 대한 도전이라고까지 보기엔 무리가 있다.”

―일본의 방침은….

“일본은 매우 신중하다. AIIB가 본격적인 국제기관이 될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중국이 자본금의 50% 가까이를 낸다고 했는데 만약 이대로 진행될 경우 AIIB는 중국이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는 조직이 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WB)에서 미국이 가장 큰 지분을 갖고 있다지만 16∼17% 정도다. 이는 조직을 좌지우지한다기보다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정도다. 중국 마음대로 움직이는 조직은 중국 기구이지 국제기구가 아니다.”

―영국 독일 등 유럽 각국도 참가를 선언했다.

“아직 어떤 형태로 어떻게 참가할지 불확실하다. 일단 손을 들어두자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중국이 AIIB를 어떤 형태로 출범시킬지가 (유럽 국가들의 참가 수준을 결정하는) 관건이다.”

―AIIB가 달러 기축통화 체제에 대한 도전이라는 얘기도 있다.

“그렇게 쉽게 말할 수는 없다. 위안을 기축통화로 하기 위해서는 국내 금융을 완전 자유화해야 하는데 중국은 아직 금융을 컨트롤하고 있다. 주요 은행도 거의 국유은행이다. 위안이 기축통화가 되려면 30. 40년 후에나 가능할 것이다.”

―중국 주도의 아시아 경제 신질서는 일본에 위협인가.

“우려는 있지만 위협은 아니다. 중국은 이미 국내총생산(GDP) 세계 2위 대국이다. 아시아 경제를 주도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문제는 투명성이다. 중국이 다른 나라 의견도 들으면 좋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한국도 어려운 입장인 것은 안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과의 관계도 강하다. 투명성 측면에서 아시아에 건전한 질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미일 3국이 함께 중국이 주도하는 체제와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중국 생각대로만 되는 아시아의 질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일본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올해 1.5∼2%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속되긴 어렵다. 지금 일본의 실력은 (성장률) 1% 정도다. 이미 성숙 국가에 진입한 상태이므로 그 정도면 충분하다. 지금은 1%를 받아들이고 뭘 해야 할지 생각해야 할 때이다. 성숙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세금을 통한 소득 재분배 등 격차해소 문제이다.”

―한국 경제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

“한국도 이미 성숙경제에 진입했다. 역사의 전환기에서는 구조개혁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국내적으로는 서비스업 활성화와 대외적으로는 주변국과의 좋은 관계가 중요하다. 차제에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고민도 할 필요가 있다. 오너십의 강점도 있지만 약점도 있기 때문이다.”

::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전후해 일본 대장성 국제금융국장과 재무관(차관급)을 역임하며 일본의 외환 정책을 담당했던 세계적인 경제 분석가. 1995년 대장성 국제금융국장으로 부임해 당시 달러당 79엔까지 급등하며 강세를 보였던 엔화를 약세로 뒤집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아시아 위기 때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을 비판하며 아시아통화기금(AMF) 창설을 제안했지만 당시 래리 서머스 미국 재무차관의 반대로 좌절됐다. 현재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로 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AIIB#중국#사카키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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