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출 호조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내수 부진으로 인한 수입 감소와 국제 유가 하락 등 외부 요인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불황형 흑자’의 그림자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수지는 894억1880만 달러 흑자를 나타내 사상 최대였던 2013년(811억4820만 달러)의 기록을 1년 만에 경신했다. 월별로는 지난해 12월에 72억2000만 달러 흑자를 보여 2012년 3월 이후 34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는 ‘3저(저원화 저유가 저금리) 호황기’였던 1986년 6월∼1989년 7월(38개월) 이후 가장 긴 것으로 급격한 경제 환경의 변화가 없다면 조만간 이 기록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한 해 기준으로 보면 상품수지 흑자가 928억9000만 달러로 사상 처음 9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전체 경상수지 흑자를 주도했다. 문제는 상품수지 흑자가 불어난 게 수출이 늘어서라기보다는 수입이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상품 수출은 6215억4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수출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에 ―15.9%로 크게 악화됐지만 이후 2010년, 2011년 두 해는 26∼27%의 고성장세를 보이며 수출이 전반적인 경기 회복을 주도했다. 하지만 2012년(2.8%), 2013년(2.4%)에 2%대로 증가세가 크게 꺾이더니 지난해에는 0%대로 또다시 추락했다.
그러는 동안 수입은 아예 감소세로 방향을 틀었다. 상품 수입은 2011년 5580억 달러까지 올랐지만 이후 3년 연속 내리막을 걸으며 지난해는 5286억6000만 달러에 그쳤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달러 기준 수입액이 줄어든 측면도 있지만 국내 경제의 수요 자체가 줄어들며 수입이 억제된 탓도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만 정부와 한은은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에 계속 선을 긋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수출과 수입이 모두 부진한 것은 맞지만 최근 경상수지 흑자는 국제 유가 하락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불황형’이라고 단정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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