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볼트 vs 코끼리… 原始본능 깨우는 인간의 달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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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보다 빨리 달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보면, 아무 의미도 없다. 그렇지만 그런 식으로 말한다면 세상 모든 일이 다 의미가 없어진다. 달리기든 공부든 마찬가지. 아마 살아가는 것 자체도. ―800 TWO LAP RUNNERS’(가와시마 마코토 지음·작가정신·2005년) 》

인간은 그렇게 빠르지 않다. ‘번개’라고 불리는 단거리의 황제 우사인 볼트의 뜀박질도 동물과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이다. 볼트는 9초58의 100m 세계신기록을 보유하고 있지만 덩치 큰 코끼리(9초02)보다 느린 기록이다. 동물의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치타는 100m를 최고 3초60의 속도로 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끼리보다 느리다지만 전력 질주하는 볼트의 모습은 보는 이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호랑이에게 쫓긴다 해도 그렇게 빨리 달릴 수 있을까. 달리기에는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는 원초적인 무언가가 있다.

육상의 꽃은 100m 달리기다. 볼트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지만 800m 챔피언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800 TWO LAP RUNNERS’는 800m 달리기의 매력에 사로잡힌 두 소년의 이야기다. 주인공 중 한 명인 히로세 겐지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800m란 거리가 마음에 든다. 그건 참 묘한 거리다. 단거리 못지않은 스피드로 400m 트랙 두 바퀴를 돈다. 그것도 코스를 분리하지 않고 달리는 오픈 경기라서 밀고 당기는 싸움을 해야 한다. 이기고 싶으면 빨리 달리면서도 완급을 조절해야 한다.”

인간은 동물보다도 느리고 저마다 달리기 속도도 다르지만 모두 자신만의 달리기에 의미를 부여하며 산다. 짜릿한 추월이 없더라도 골인 그 자체에 의미를 두기도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책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만약 내 묘비명 같은 것이 있다고 하면, 그리고 그 문구를 내가 선택하는 게 가능하다면 이렇게 써넣고 싶다”고 말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작가 (그리고 러너)/1949∼20××/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800 TWO LAP RUNNERS#가와시마 마코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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