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거래 외국인 투자자 20%는 ‘검은머리 외국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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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중 1명이 조세피난처 소재

국내 증시에서 주식 거래를 하는 외국인 투자자 5명 중 1명은 해외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설립한 투자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이 중 상당수가 세금회피 등을 위해 외국인으로 위장하고 해외법인을 이용하는 ‘검은 머리 외국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상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조세회피지역 외국인 투자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4월 현재 해외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설립하고 국내에서 외국인 투자자로 활동하는 개인 및 법인 투자자는 총 7626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금감원에 등록된 외국인 투자자 3만8437명의 19.8% 수준이다.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해외 법인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로 등록돼 1개의 법인이 1명의 외국인 투자자로 분류된다.

조세피난처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가 가장 많은 지역은 케이맨 제도로 총 2944명(7.7%)의 외국인 투자자가 금감원에 등록돼 있었다. 룩셈부르크가 1525명(4.0%), 홍콩이 859명(2.2%)으로 뒤를 이었다. 영국령 버진 제도와 버뮤다에 법인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 외국인 투자자도 각각 748명, 342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둔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한 국내 상장주식은 4월 기준 총 46조7000억 원으로 전체 외국인 투자자 보유액(424조2000억 원)의 11.0%였다. 특히 룩셈부르크(25조1960억 원)와 케이맨 제도(8조6970억 원)에 법인을 세운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액이 많았다.

금융당국은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세우고 활동하는 외국인 투자자의 상당수가 한국인이 외국인으로 위장한 ‘검은 머리 외국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세우고 한국에서 주식거래를 하면 금융당국에 주식 보유 현황을 보고하지 않아도 되고, 종합소득세 등 각종 납세 의무로부터도 자유롭다. 이런 이유로 외국인으로 ‘위장’하려는 한국인 투자자가 많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외 법인은 자본시장법상 외국인으로 분류돼 실제 소유주가 한국인이어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로 활동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 드러난 검은 머리 외국인 투자자들은 모두 피난처에 법인을 세우고 활동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인이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세우고 외국인 투자자로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문제는 이들이 한국 감독당국의 감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주식을 서로 사고팔면서 주가를 올린 뒤 주식을 팔아 차익을 남기는 등 불공정거래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금감원은 이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조세피난처에 여러 개의 법인을 세우고 이를 이용해 주식시세를 조정하는 등 불공정거래를 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또 국내 주식시장에서 활동하지 못하도록 투자자 자격을 박탈할 계획이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주식#외국인 투자자#조세피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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