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춧값 파동 막아 농가-소비자 보호” 定價수의계약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4일 03시 00분


[농산물 유통 혁명]<下>경매에서 사전계약제로 바뀌는 농산물시장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양재대로 가락시장 내 도매법인 ‘동부팜청과’의 경매장에서 도매상인들이 상추와 시금치 등을 낙찰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최근에는 산지와 사전에 가격과 수량을 협의하는 이른바 ‘정가수의매매’ 방식으로 물건을 납품받는 상인도 늘고 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양재대로 가락시장 내 도매법인 ‘동부팜청과’의 경매장에서 도매상인들이 상추와 시금치 등을 낙찰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최근에는 산지와 사전에 가격과 수량을 협의하는 이른바 ‘정가수의매매’ 방식으로 물건을 납품받는 상인도 늘고 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버섯을 대기업에 납품하는 도매상인인 이희영 씨(59)는 매일 서울 송파구 양재대로 가락시장에 ‘출근’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경매장에 가지 않는 날도 생겼다. 경매 대신 버섯 산지와 사전에 가격과 수량을 협의해 물건을 구매하고 있다. 사전에 계약한 버섯이 공장에 배달되면 이 씨는 그 자리에서 포장만 새로 해 대기업에 배달만 하면 된다. 이 씨는 하루 총 납품량(5t)의 40%를 이런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 이 씨는 “경매 시간을 맞출 필요 없이 당일 배송도 가능해 제품의 신선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경매 거래가 주를 이루던 우리나라 농산물 도매시장에 최근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개인 도매상인들이나 도매법인들이 경매장에 의존하지 않고 생산자와 사전에 계약해 거래하는 이른바 ‘정가수의매매’ 방식으로 농산물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정가수의매매는 그날그날 가격이 변하는 경매 제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산지와 미리 정한 가격으로 거래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가격변동성 완화를 위해 2012년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을 개정하면서 정가수의매매를 인정했다. 지난해 5월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기획재정부 등이 도매시장 내 정가수의매매 비중을 2016년까지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의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이러한 배경에는 2010년 여름 태풍 ‘곤파스’로 인한 ‘배추 파동’이 있다. 당시 배추 농가의 피해로 9, 10월에 배추 포기당 도매가격이 1만2000원대로 치솟았다가 중국산 배추의 유입으로 곧바로 3000원대로 곤두박질치는 등 가격이 요동친 바 있다. 윤도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시장지원팀장은 “2000년대 이후 대형유통업체가 급성장하고 산지의 규모화가 진전되는 등 농산물 유통환경이 변하다 보니 경매 중심의 도매시장 거래제도에 개선이 필요했다”며 “도매가격이 안정되면 소비자들도 안정된 가격에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aT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 32개 도매시장 전체 거래 중 9.9%였던 정가수의매매 비중이 올해 5월 12.4%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목표 수치(14.3%) 달성을 위해 정부는 정가수의매매로 계약하는 농민들에게 지원금을, 도매상인들에게 포상금 등을 지급하고 있다. 420억 원이던 예산을 470억 원으로 늘리겠다는 내용의 내년 예산안도 발표했다.

하지만 보완점도 있다. 도매인들이나 농민들 모두 정가수의매매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인식이 부족하고 대규모 수요를 감당할 만큼 규모화된 산지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정가수의매매로 느타리버섯을 도매법인에 납품하는 한 농민은 “정가수의매매 판매 단가가 경매보다 낮아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승구 동국대 교수(식품산업관리학)는 “정가수의매매는 도매상인과 농민 간의 협상으로 이루어지는데 상당수의 영세한 농가들은 아직 협상 방법을 몰라 불리한 경우가 많다”며 “정가수의매매가 도매시장의 새로운 거래 방식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산지의 규모화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농산물 도매시장#사전계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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