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人材는 많을수록 좋다?… 갈등 조정자 꼭 필요

  • 동아일보

양계장에서는 달걀을 많이 낳는 닭이 우수한 인재다. 만일 우수한 닭을 한곳에 모아 키우면 어떤 결과가 발생할까. 일반적으로 달걀 생산량은 크게 떨어진다. 왜 이런 결과가 발생할까. 커다란 양계장에 모인 닭은 누가 강한지 겨루고 서열을 정한다. 서열 다툼에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된다. 달걀 생산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우수한 인재가 한 조직에 너무 많으면 오히려 성과에 악영향을 끼친다. 조직에서 목표를 달성하려면 누군가는 주도권을 잡고 나머지는 그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주도권을 잡는 사람은 대체로 우수한 구성원이다. 그런데 우수한 구성원이 너무 많으면 주도권 싸움만 크게 발생한다. 구성원의 협업은 어려워지고 성과는 제대로 나오기 어렵다.

미국 컬럼비아대 등 공동 연구진은 국제축구연맹(FIFA)과 미국프로농구(NBA),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활동하는 스포츠팀을 대상으로 선수의 역량과 팀 성적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FIFA소속 축구팀은 우수한 선수가 많을수록 팀 순위가 높았다. 그러나 우수한 선수가 한 팀에 60∼70%를 넘으면 그 수가 많을수록 오히려 팀 순위가 떨어졌다. NBA에서는 팀에서 우수한 선수가 차지하는 비율이 40∼50%까지는 우수한 선수가 많을수록 팀 성적이 좋았다. 하지만 스타플레이어의 비율이 50%를 넘으면 협업이 잘 이뤄지지 않았고 팀 성적도 나빠졌다. MLB에서는 팀에서 스타플레이어의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도 팀의 성적이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 야구는 농구, 축구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협업보다는 개인기에 더 의존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정도를 지나치면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는 공자의 가르침은 조직의 성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만일 슈퍼스타들을 영입한다면 조직의 형태도 여기에 맞게 바꿔야 한다. 이들이 주도권 싸움을 심하게 하지 않도록 완충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곳곳에 심어둬야 한다. 또 각자 역할을 명확하게 정해서 덜 싸우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래야 큰 비용을 들여 영입한 우수한 인재가 제 몫을 해낼 수 있다.

안도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dohyun@SocialBrain.kr
#인재#주도권#갈등 조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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