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2010년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그룹 내 ‘디자인 소위원회’를 발족하면서 디자인 경영의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SK는 계열사 디자인 담당자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요구사항을 파악한 뒤 디자인 경영의 기본 방향과 영역을 설정했다.
먼저 회사가 사회 및 고객과 만나는 접점인 사옥, 매장, 영업점에서부터 제품과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하드웨어적 디자인 개선을 실현했다. 또 제품 및 서비스에서 ‘SK다움’을 구현할 수 있도록 일관된 디자인 경영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실행 중이다.
2011년에는 SK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SKMS(SK Management System) 연구소에 SK다움을 구현한 건축을 선보였고, 2012년에는 여수 엑스포 SK관 건립과 함께 성공적인 엑스포 운영을 위한 디자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올해부터는 그룹 내에 ‘디자인 실무위원회’를 새로 만들어 매분기 개최하면서 디자인 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위원회에서는 14개 계열사의 소비자 접점 공간 디자인을 논의하고 사옥신축 및 시설 리노베이션 담당자를 대상으로 업무 능력 제고 교육을 실시한다. SK 관계자는 “최근 서울디자인재단의 박진배 동대문 디지털 프라자(DDP)경영단 공간팀장을 초청해 세계 최대 규모의 3차원 비정형 건축물인 DDP 건축 및 운영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고 말했다.
계열사인 SK케미칼 본사 ‘에코랩’은 ‘SK다움’을 적극적으로 구현한 대표적인 사례다. 경기 성남시 동판교 테크노벨리에 있는 이 건물은 ‘2011 한국건축문화대상’ 민간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국내 최초로 미국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인 ‘리드’(LEED) 최고 등급인 플래티넘 인증을 받았다. 한국 정부의 친환경 건축물 인증(GBCC)에서도 국내 최고 점수인 110점(만점 136점)을 받았다.
건물 로비에는 10m 높이의 초대형 숲 사진을 따라 흘러내리는 ‘벽천’(壁泉·벽에서 물이 흘러내리거나 뿜어 나오게 한 샘)이 있다. 시각적인 시원함을 주면서 여름에는 냉방효과, 겨울에는 가습효과를 발휘한다. 흘러내리는 물은 건물에서 사용한 용수를 지하에서 끌어올려 재활용한 것이다.
외벽 식재를 통해 도시 녹지공간을 확보하고 경관을 향상시키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단열 효과를 높이기 위해 건물을 감싼 삼중유리에는 아르곤 가스를 채웠다. SK 관계자는 “일반 유리와 비교해 태양 열에너지 차단율을 40% 이상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상하부 온도 차를 이용한 공기 제어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에코랩은 이런 친환경 장치들을 통해 비슷한 규모의 건물에 비해 40% 가량 에너지를 절감하고 있다. 이 건물의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기존 건물에 비해 33%나 적으며 이는 소나무 9만4000그루를 심는 효과와 같다고 한다. 수돗물도 비슷한 규모의 건물 대비 63%나 적게 사용한다.
SK다움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구현한 에코랩은 이미 지역의 명소가 됐다. SK케미칼이 주최하는 ‘에코랩 투어’에는 2010년 10월 이후 3500여 명이 참여했다. 투어가 인기를 끌면서 횟수도 주 1회에서 주 3, 4회로 늘었다. SK 관계자는 “친환경 건물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정부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해외 주요 인사들의 방문도 줄을 잇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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