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 풀고 청바지 입고… ‘불통의 벽’ 허물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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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개선 나선 공기업]<4>조직문화 확 바꾸는 도로공사
대대적인 다이어트
‘국민 눈높이’ 100가지 약속

서해안고속도로 구간 중 경기 평택시 포승읍과 충남 당진시 송악읍을 연결하는 총길이 7310m 규모의 서해대교. 한국도로공사가 서해권 교통망과 물류 기반 확충을 위해 2000년 11월 개통했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서해안고속도로 구간 중 경기 평택시 포승읍과 충남 당진시 송악읍을 연결하는 총길이 7310m 규모의 서해대교. 한국도로공사가 서해권 교통망과 물류 기반 확충을 위해 2000년 11월 개통했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올 1월 경기 성남시 수정구 대왕판교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열린 도로공사 실·처장급 간부 임명장 수여식.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맨 20여 명의 간부 앞에 ‘노타이’ 차림의 김학송 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 사장은 “다들 넥타이부터 풀고 행사를 진행하자”고 일성(一聲)을 던졌다.

“넥타이를 풀면 마음이 더 열리지 않겠어요? 간부들은 마음을 열고 직원들과 소통하십시오. 관습과 굴레를 털어야 소통이 더 잘됩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김 사장은 종종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공사현장을 찾기도 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넥타이를 맨 정장이던 도로공사의 ‘공식 출근복’은 김 사장 덕분에 올 들어 자연스레 비즈니스 캐주얼로 변했다. 딱딱하고 보수적이던 도로공사의 조직문화가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바뀌고 있는 신호라는 게 도로공사 측의 설명이다.

○ 소통하는 조직으로

내부 소통은 김 사장이 가장 강조하는 ‘키워드’다. 도로공사는 소통을 위해 형식적으로 운영되던 팀 제도를 최근 개편했다. 모든 팀원에게 고유 업무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보조적 역할자’를 없앤 것이다. 이에 따라 과장, 대리급 이하 직원들도 자기 분야에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부장급 이상만 팀장이 되던 관행을 깨고 차장급이 팀장이 될 기회도 주기로 했다. 직원들이 경영 개선 의견 등을 익명으로 사장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신문고’도 마련했다.

김 사장이 내부 소통을 강조하는 이유는 안에서 먼저 소통이 돼야 대국민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고, 도로공사의 위기를 타개하는 데 온 힘을 쏟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도로공사의 부채는 26조 원으로 공공기관 중 다섯 번째로 많다. 이처럼 부채가 늘어난 것은 고속도로 건설의 구조 때문이다. 투자비는 조 단위로 한꺼번에 많이 투입되지만 이를 회수하는 데에는 30여 년이 걸린다. 도로공사 수입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통행요금을 마음대로 인상할 수 없는 점도 부채 증가의 원인 중 하나다. 한국의 고속도로 통행요금은 일본(한국의 6.2배), 영국(4.3배) 등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도로공사는 2017년까지 부채를 약 6조4000억 원 감축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기준 26조1624억 원인 도로공사의 부채는 2017년까지 36조1000억 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도로공사는 자구책을 통해 이를 29조7058억 원까지 억제할 계획이다. 이 계획이 성공하면 2011년 99.6%였던 부채 비율이 2017년에 90.6%로 떨어지게 된다.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건설사업에 드는 투자 규모를 연간 2조5000억 원 이내로 제한하고 일부 사업에는 민간자본을 참여시킬 예정이다. 또 휴게시설 운영권 등 핵심자산을 매각하고, 소비성 경비를 줄이기로 했다.

이와 함께 수익사업 발굴에도 힘을 쏟고 있다. 폐도(廢道)를 활용한 태양광에너지사업이 대표적이다. 현재 용도가 폐기된 도로 등 전국 고속도로 12곳에서 태양광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다. 도로공사는 지분에 참여하거나 땅을 빌려주는 대신 발전소 수익의 일부를 받는다. 올해 안에 10곳의 신규 발전소가 모두 세워지면 국민 6만여 명이 쓸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 ‘100가지 약속’을 실천하라

도로공사가 추진 중인 ‘휴게소 국민 등급화’는 고속도로 이용자들이 휴게소에 호텔처럼 5성급, 4성급, 3성급 등의 등급을 매기도록 한 제도다. 6월부터 국민들이 평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올해 안에 등급을 공개할 방침이다. 휴게소 간 서비스 경쟁을 독려할 수 있어 서비스 품질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휴게소 등급화는 도로공사가 올해 2월 14일 창립기념일에 선포하고 추진 중인 ‘국민행복 100약(約)’에 담긴 내용이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봉사하겠다는 취지로 내건 100가지 약속 중에는 ‘청년창업 창조경제 휴게소’도 포함돼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 내 매장을 청년창업자에게 제공해 운영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와 함께 기존 모델보다 가격이 10만 원가량 저렴한 2만 원대 하이패스인 ‘국민행복 하이패스 단말기’를 개발해 보급하고,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정품 정량 정가’ 주유소를 개발하며, 일반 신용카드로 통행요금을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최근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안전망 구축에도 더욱 힘을 쏟을 예정이다. 고속도로에는 교통사고가 나거나 커다란 짐, 돌 등 낙하물이 발생했을 때 폐쇄회로(CC)TV가 이를 자동으로 인식해 도로공사 내 교통상황실 모니터에 클로즈업해 주는 ‘돌발상황 자동 검지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최근에는 이 시스템이 크게 개선돼 안개, 결빙 등 도로의 상태까지 실시간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됐다. 도로공사는 시범운영을 거쳐 8월부터 새로운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체질개선#공기업#불통#도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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