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나 켈리 미국 뱁슨대 교수 “사내벤처 당장 수익 못내도 닦달마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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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기업가정신’ 석학 美 도나 켈리 교수 인터뷰

도나 켈리 미국 뱁슨대 교수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창출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게 사내 기업가정신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웰즐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도나 켈리 미국 뱁슨대 교수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창출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게 사내 기업가정신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웰즐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 흔히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란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벤처기업 창업을 떠올린다. 하지만 기업가정신은 벤처 창업에만 국한되는 개념이 아니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규모에 상관없이 어떤 기업에나 적용될 수 있다. 심지어 정부 같은 비영리 조직에도 적용 가능한 개념이다. 단순히 회사를 창업하고 운영하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이 기업가정신의 정수이기 때문이다. 사내 기업가정신(corporate entrepreneurship)은 이 중 기성 기업에서 일어나는 기업가적 활동을 가리킨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에서 사내 기업가정신 분야의 석학인 도나 켈리 미국 뱁슨대 교수와 인터뷰를 했다. 주요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
[Q]사내 기업가정신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나.

[A]“기업가정신의 핵심은 새로운 매출원 발굴을 목표로 하는 신사업 창출이다. 반드시 성장이 있어야 한다. 이익을 확대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매출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 단순한 비용 절감 노력이 기업가정신 활동이 될 수 없는 이유다. 여기에 혁신 요소가 결합된 게 사내 기업가정신이다. 예를 들어 해외 수출을 통해 매출을 증대한다고 하더라도 내수 시장에서 팔던 것과 똑같은 제품을 다른 나라에서도 판매하는 것이라면 사내 기업가정신이라고 할 수 없다. 이건 단순히 기존 사업을 확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반드시 혁신적 요소가 신사업 창출과 결합될 때를 사내 기업가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Q]사내 기업가정신의 유형을 나눠 본다면….

[A]“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우선, 기존 역량을 활용해 신사업을 창출하는 유형이다. 대표적 기업으로 아이로봇을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원래 한 대에 수백만 달러는 족히 하는 고가의 군용 로봇 전문 제작 업체였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겐 ‘룸바’라는 이름의 로봇 청소기를 만드는 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아이로봇은 군용 로봇 제작을 통해 얻은 탁월한 전문성, 즉 기존 역량을 바탕으로 민간인 대상의 제품을 만들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두 번째 유형은 비즈니스를 재창안하는 방식이다. 기존 사업을 대체하는 새로운 비즈니스로 아예 주력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유전자변형작물(GMO) 업체로 유명한 몬산토를 대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원래 몬산토는 플라스틱 제품 등을 생산하던 화학업체였다. 하지만 화학업계가 저성장 국면에 처하고 수익성이 점점 압박을 받는 등 위기가 감지되자 종자 개량 등 농업 및 생명공학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완전히 재편했다. 대개 몬산토처럼 비즈니스를 재창안한 경우에는 기존 역량을 ‘활용’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이를 ‘파괴’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아이로봇의 사례와는 전혀 상반된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Q]기업의 성장 단계별로 사내 기업가정신의 발현을 위해 요구되는 사항이 달라질 것 같다.

[A]“기업의 성장 사이클은 크게 창업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 등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초창기는 그 특성상 기업가적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모든 것을 다 새로 시작하기 때문에 창업자를 비롯해 대부분 조직원들이 기업가적으로 행동한다. 문제는 성장기에 접어들면서부터 시작된다.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효율성이 중요해지고 그 과정에서 기업가적 정신이 사라지기 쉽게 된다. 따라서 성장기에는 신사업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확립하거나 참신한 아이디어 발굴을 위한 사내 경진대회를 개최하는 등 기업가적 정신이 조직 전반에 확산될 수 있도록 해 주는 경영 관행 확립에 주력해야 한다. 즉, 조직의 효율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효율성이 창의성을 뭉개버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성숙기를 맞은 기업이 성장의 속도를 늦추지 않으려면 기존 역량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신사업 창출에 힘써야 한다. 이때 리더의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특히 중요하다. 조직원들의 기업가적 역량이 기업의 전략적 목표와 일치해나갈 수 있도록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 마구잡이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는 게 아니라 초점을 분명히 해 새로운 사업을 추구해 나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쇠퇴기에 접어든 기업이 사내 기업가정신을 성공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선 최고경영진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쇠퇴기는 저성장 국면이라는 위기 상황을 맞아 조직 재창안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시점이다. 변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기존 핵심 사업을 버리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조직 내외부의 저항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사업 재창안에 실패해 결국 파산에 이른 코닥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Q]사내 기업가정신을 조직 내에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A]“무엇보다 최고경영진이 기업가정신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입으로는 사업 구조를 완전히 바꿔버리겠다고 떠들면서 실제로 사업 재창안을 실현하기 위해 무엇이 요구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리더가 많다.

장기적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기본자세도 갖추지 못한 경우도 허다하다. 신사업은 지금 당장 수익을 낼 수 없다. 돈을 빌려 준 바로 다음 달부터 원금과 이자를 갚아내라고 닦달하는 ‘은행가(banker)’가 아니라 최소 5년은 기다려 주되 그때가 돼서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을지 모른다고 각오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venture capitalist)’의 자세를 취해야 한다.

새로운 시도를 치하하는 승진과 보상 시스템을 통해 기업가정신을 고양해 나가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감수하는 도전적 인재에게 적절한 보상을 줌으로써 안전한 길만 따라서는 승진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줄 필요가 있다.

어떤 기업은 3M의 ‘15% 룰’(자신의 근무 시간 중 약 15%를 원래 업무 외에 창조적 연구 활동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혁신 활동 장려제도) 같은 제도를 접하면 자사 조직의 특성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모방하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3M식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조직원들 전체에 기업가적 DNA가 흐르고 있어야 한다. 이런 조직은 현실적으로 그렇게 많지도 않고, 모든 기업이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 산업 특성에 따라, 기업이 처한 상황과 목표에 따라 사내 기업가정신이 발현되는 최적의 모델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단순한 벤치마킹보다 중요한 건, 어떠한 조직 구조와 프로세스가 우리 회사에 가장 적합할지 다양하게 실험해 나가면서 급변하는 환경에 대한 적응력과 유연성을 높이는 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웰즐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인터뷰 기사 전문은 DBR 141호(2013년 11월 15일자)에 게재돼 있습니다.
#사내 기업가정신#도나 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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