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사무실 맞습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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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MS 6개월 공들여 이사… 컨설턴트 초빙 ‘혁신교육’도 받았다는데

한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서울 광화문 신사옥 내부. 임직원 개인 책상을 모두 없앴기 때문에 출근자들은 카페에서처럼 공용 테이블에 앉아 일한다. 신사옥에 스마트 오피스 기술을 도입해 직원들이 사무실에 나오지 않아도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한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서울 광화문 신사옥 내부. 임직원 개인 책상을 모두 없앴기 때문에 출근자들은 카페에서처럼 공용 테이블에 앉아 일한다. 신사옥에 스마트 오피스 기술을 도입해 직원들이 사무실에 나오지 않아도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한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달 25일 ‘큰일’을 치렀다. 직원 700여 명이 근무하는 사옥을 옮긴 것이다. 한국MS는 17년간 있었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를 떠나 광화문 ‘더K트윈타워’에 둥지를 틀었다.

사옥 이전이 별것 아닐 수 있다. 그런데 한국MS는 “6개월 전부터 준비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변화관리 전문 컨설턴트’를 초청해 6개월간 전 직원이 교육을 받고 토론도 했다. 1일 한국MS의 새 사옥을 찾아 사연을 들어봤다.

○ 개인 책상 없는 미래형 사옥

“여기가 사무실 맞아요?”

새 사옥을 보고 놀라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일반 기업에 있는 방이나 파티션, 사무용 책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평일 오후인데도 직원이 몇 명 없었다. 대신 곳곳에 독특한 디자인의 다양한 탁자와 의자, 세련된 조명기구가 배치돼 있었다. 도심 속 전망 좋은 카페에 온 듯했다. 테이블 위에 공용 전화기와 공용 컴퓨터가 놓여 있다는 정도만 빼면.

한 직원은 “새 사옥에는 개인용 책상이나 컴퓨터가 하나도 없다”며 “직원들이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도 모든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클라우드 기반의 모바일 스마트 오피스 기술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MS는 세계의 MS 사무실을 스마트 오피스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자사의 스마트 솔루션을 기반으로 미래형 사무실을 솔선수범해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새 사옥을 둘러보니 자신의 방과 책상이 있는 사람은 김 제임스 사장뿐이었다. 나머지는 꼭 필요할 때만 출근하는데 회사에 오면 마음 내키는 대로 어느 층이건, 어느 테이블이건 앉아 공용 전화와 컴퓨터로 일하면 된다. 직원 개개인을 위한 공간은 가로 30cm, 세로 90cm 크기의 사물함이 전부다. 이는 사원이든 임원이든 마찬가지다. 흰색 양철 사물함이 벽을 따라 늘어선 모습은 마치 미국의 학교 복도를 연상케 했다.

새 사옥에서 만난 직원은 “개인 고정석이 없어 매일 다른 책상에 앉게 된다”며 “그러다 보니 어제는 회사 생활 3년 동안 전혀 몰랐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국MS 관계자는 “다양한 직원들이 우연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만나 서로 교류하게 하는 데 새 공간의 초점을 맞췄다”고 전했다. 애플 구글 등 혁신을 강조하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이 같은 점을 염두에 두고 공간을 설계한다.

○ 컨설팅 통해 ‘이사’를 ‘혁신’으로

이런 스마트 오피스로의 변화가 누구에게나 반가운 것은 아니다. 자신의 방과 책상이 사라졌다는 것을 일종의 ‘쇼크’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매번 새로운 사람과 마주치는 것도 불편할 수 있다.

한국MS 관계자는 “고정석이 사라지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한국 특유의 문화 때문에 6개월 전 미국에서 ‘변화관리’ 전문 컨설턴트를 초빙해 투입했다”고 전했다.

한국MS는 사옥 이전을 혁신의 계기로 삼기 위해 이 컨설턴트의 조언에 따라 이사의 전 과정을 직원들과 공유하고 결정했다. 주방에 놓을 에스프레소 머신을 어느 브랜드로 정할 지까지 투표에 부쳤을 정도다.

컨설턴트는 새로운 변화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회사에 6개월간 상주하며 부서별 직급별 교육도 했다. 교육 내용은 구체적이고 명확했다. 이를 테면 ‘팀장들은 자신의 팀원들을 한자리에 모여 앉도록 지시해서는 안 된다’는 식이다. 그렇게 하면 스마트 모바일 오피스의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MS의 한 임원은 “스마트 오피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되도록 회사에 출근하지 말고, 오전 10시 전에는 사내 미팅도 잡지 말라는 교육을 여러 차례 받았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팀장이 변하지 않으면 회사가 변할 수 없다는 전제 아래 특히 팀장 이상 간부들이 강도 높은 교육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국MS는 “이사는 마무리했지만 컨설팅은 계속된다”며 “앞으로 6개월간 정기적인 설문조사를 통해 이사와 스마트 오피스에 대한 직원의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한국MS는 1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MS의 스마트 오피스 구축 기술을 소개할 예정이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한국MS#마이크로소프트#혁신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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