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수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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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사시험 SSAT 지원자 폭주… 대학-출판-학원가 모두 들썩

23일 오전 10시 삼성그룹 3급 신입사원 채용을 위한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접수가 시작되자마자 공채 홈페이지에 지원자들의 접속이 폭주했다. 반나절도 안 돼 부산과 대구, 대전, 광주 등 서울 이외 지역은 삼성이 마련한 고사장의 수용 인원이 꽉 찼다.

이에 따라 지방의 응시생들이 시험일인 다음 달 13일을 앞두고 대거 상경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대 4학년에 재학 중인 정모 씨(24)는 “정오에 접속했더니 이미 부산과 대구는 접수가 끝나 있어 당혹스러웠다”며 “시험 전날 서울 친척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시험을 볼 생각으로 서울행 기차표를 끊었다”고 했다.

삼성 관계자는 “3년 전까지 10 대 1 정도이던 경쟁률이 올해 상반기 15 대 1을 넘어섰다”며 “상반기에 전국 120개 고사장을 빌렸는데 하반기에는 지원자 수가 더 늘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삼성 입사를 지원하는 응시생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SSAT 시험을 통과한 뒤 서류전형에 지원할 수 있게 바뀌면서 SSAT를 치르는 인원이 더 늘었다. 하반기에는 5500명을 뽑는데 경쟁률이 15 대 1만 돼도 8만2500명이 SSAT 시험을 보게 된다.

워낙 많은 인원이 시험을 치르다 보니 삼성 공채 일정이 뜰 때마다 대학가는 물론 출판업계, 학원가도 들썩인다. 현재까지 출간된 SSAT 수험서는 모두 321종. 국내 30여 개 출판사가 반기마다 SSAT 수험서 업그레이드 판을 쏟아낸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SSAT 수험서는 국내 10대 그룹 직무적성검사 서적 판매량의 70%에 이른다.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2004년 처음 SSAT 수험서가 출간된 뒤 10년 새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며 “올해는 공기업과 금융회사의 채용 규모가 줄어 취업준비생들이 SSAT에 더 몰릴 것으로 보고 출판 부수를 더 늘렸다”고 전했다.

취업준비학원들도 대목을 맞아 이른바 ‘삼성 1타(첫 번째) 강사’로 불리는 스타 강사들을 앞세워 온·오프라인 특강을 개설하고 있다. 서울 A학원은 27, 28일 서울 부산 대구 등에서 대규모 SSAT 모의고사를 치른다. 서울 강남의 B학원은 13만 원짜리 ‘SSAT 종합반’과 9만 원짜리 ‘단기 SSAT 완성반’을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C학원은 자체 개발한 모의고사 정답과 해설 동영상을 9만 원에 팔고 있다.

삼성은 이제까지 SSAT 기출문제를 외부에 공개한 적이 없다. 시중의 기출문제나 모의고사는 학원 및 인적성시험기관이 자체 개발하거나 시험 당일 고용한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문제를 외워서 나오게 시킨 뒤 편집해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시중의 문제집을 보니 출제된 적이 없는 문제가 버젓이 기출문제라고 나와 있는가 하면 매우 복잡한 도형 문제가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실려 있기도 했다”고 말했다.

삼성 입사를 위한 특별과외를 마련하는 대학도 있다. 한양대는 여름방학 동안 재학생과 졸업생을 대상으로 SSAT 점수를 올리기 위한 2박 3일 인적성시험 집중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달 27일과 다음 달 2일에는 800여 명을 모아 SSAT 모의고사도 치른다. 서울대도 이달 30일 캠퍼스에서 모의고사를 치른다.

한 대학 관계자는 “삼성 취업자 수가 대학 홍보에도 좋은 수단이다 보니 일부 지방대는 ‘SSAT의 이해’라는 교양과목까지 만들 정도”라고 전했다.

김지현·정지영 기자 jhk85@donga.com

#삼성#SSAT#삼성 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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