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이 2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견기업 정책은 ‘지원’이 아닌 ‘육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제공
“지난해 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과세당국이 올해 처음으로 일감 몰아주기에 증여세를 물렸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됐다고 10일 중소기업은 제외해 준다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왜 처음부터 제대로 못하고 법을 그렇게 쉽게 바꿉니까.”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59)은 25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중견련 사무실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일감 몰아주기 과세와 같이 논란이 되고 있는 현행법들이 사회적 동의를 전혀 담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졸속으로 법을 입안, 집행, 해석하면서 기업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일감 몰아주기 외에 통상임금 범위, 가업 승계, 화학물질 등록 의무화 등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4월 중견련 회장에 취임한 강 회장은 “할 말이 너무 많다”고 했다. “통상임금 범위와 관련해서는 기업들이 수십 년간 지켜온 근로기준법과 정부 지침을 대법원 판사들이 뒤집어버렸습니다.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유해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은 일단 통과시킨 뒤 수위를 낮춰준답니다. 기획재정부가 제대로 된 공청회도 없이 세제 개편안을 후다닥 내놓으니 나흘 만에 재검토하지 않습니까.”
강 회장이 운영하는 신영그룹은 국내외 5개 계열사에서 지난해 92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1999년 연매출 200억 원 수준이던 신아금속을 인수해 자동차부품 업계에 뛰어든 지 13년 만에 사업 규모를 50배 가까이로 키운 것이다.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관한 얘기를 꺼내자 강 회장은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을 포함시키면 신영은 3년 치 소급분만 460억 원을 줘야 한다. 기업 못 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고용노동부 지침을 따라 노조와 합의해 정상적인 임금을 줘왔는데 마치 돈 떼먹은 놈 취급을 받고 있다”며 분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신영의 국내 계열사인 신호, 신원, 신정은 모두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2, 3차 협력업체들이었는데 신영이 인수했다. 계열사 직원 600∼700명은 신영의 70∼80%에 해당하는 월급을 받는다. 연간 5억∼20억 원 적자가 나지만 한 번도 인력을 줄이지 않았다. 강 회장은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피하려고 합병을 하면 이들의 월급을 올려줘야 하고,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가업승계 과세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지원’과 ‘육성’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기재부는 가업승계 상속·증여세 공제 대상을 연매출 2000억 원 이하 기업에서 3000억 원 미만 기업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혜택을 받는 중견기업의 비율은 65%(925개)에서 74%(1055개)로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강 회장은 “3000억 원 미만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1조 원 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영그룹은 현대기아자동차에도 부품을 공급한다. 강 회장은 “현대기아차 노조가 주말 특근을 하지 않으면 신영은 월 매출이 40억 원 줄어드는데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며 “자꾸 파업을 하니 신영 직원의 월급은 현대차의 70∼80%, 계열사는 절반 밖에 안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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