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고객님이 올가을 뭘 살지 알고 있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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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마트, 빅데이터 활용 마케팅 눈길

직장인 유모 씨(35)는 ‘캠핑 입문족’이다. 가을에 가족과 캠핑여행을 떠나려고 몇 주 전 한 대형마트에서 무작정 텐트를 구매했다. 하지만 이번 주말 캠핑을 가기로 가족과 약속해 놓고도 텐트 외에 뭐가 필요한지 고민만 하고 있었다. 그러던 유 씨는 이번 주초 대형마트에서 캠핑용품을 할인해준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퇴근길에 대형마트에 들른 그는 캠핑 조리용품 일체를 구입했다.

최근 이마트가 이처럼 고객의 구매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판매에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다. 국내 1위 대형마트로 1000만여 명에 이르는 고객의 구매 데이터를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고객들의 구매 행동을 예측해 매출을 늘리는 방식이다. 최근 대형마트의 추가 출점(出店)이 어려워지는 등 성장이 한계에 이른 상황을 빅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타개한다는 전략이다.

○ 소비자 구매패턴 분석해 메시지 보내


유 씨가 받은 메시지는 이마트가 캠핑용품을 사들인 모든 소비자의 구매 패턴을 분석해 보낸 메시지다. 이마트는 고객들의 구매 정보를 분석해 캠핑용품 구매의 ‘공식’을 발견했다. 이마트에서 캠핑용품을 산 고객의 89%는 다시 이마트에서 관련 용품을 산다는 것이다. 특히 텐트 구매 고객의 53%는 3주 내에 관련 제품을 구매했다. 이들은 ‘텐트→타프(그늘막)→침구→조리용품→소품’ 순으로 사들였다. 이마트는 구매 시점 이후 3주를 전후해 캠핑용품 구매 고객에게는 선별적으로 메시지를 보낸다.

캠핑족들이 라면, 즉석밥을 일반 고객보다 각각 3배, 2배 이상 많이 구매한다는 점에 착안해 텐트 옆에 ‘캠핑 전용 양곡 세트’도 진열했다. 이 세트는 하루 평균 500세트 이상 팔려 나가고 있다. 노은정 이마트 고객분석팀장은 “고객들이 뭘 살지 알려주는 빅데이터는 곧 매출”이라고 강조했다.

○ 빅데이터 분석으로 연어 매출 8배로 폭증

지난달 31일 이마트의 연어 매출이 평소보다 무려 8배로 뛰어올랐다. 비결은 역시 빅데이터에 있었다. 이마트는 각 분기에 한 번이라도 연어를 구입한 고객 4만여 명을 뽑아냈다.

이 중 최근 일주일 안에 연어를 산 고객을 제외하고 한 달 안에 연어를 구매한 적이 있는 고객에게 할인 행사를 고지했다. 연어 구매 경험이 있는 고객 중 최근 연어를 사가지 않은 고객은 연어를 다시 구매할 확률이 높다고 보고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한 게 주효했다.

대형마트에서의 빅데이터 분석은 국내에선 초기 단계에 있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널리 쓰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황당한 사건이 벌어진 적도 있다. 몇 년 전 미국의 대형마트 ‘타깃’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유아용 분유 쿠폰을 발송하면서 한 여고생에게 쿠폰을 보내 학생의 아버지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았다. 타깃은 이 학생이 임신 테스트기를 산 정보를 바탕으로 분유 쿠폰을 보냈던 것. 나중에 그 여고생은 임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영재 KAIST 교수(경영학)는 “빅데이터 분석으로 과거에는 파악 못했던 고객의 욕구를 찾아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며 “판매 현장의 목소리와 빅데이터 분석을 결합하면 성장이 정체된 국내 대형마트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빅데이터 분석 ::

온·오프라인에서 수집되는 거의 모든 정보, 즉 대용량의 데이터를 분석해 그 의미와 시사점을 찾아내는 기법이다. 소비자의 행동이나 시장의 흐름을 분석하는 데 유용하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이마트#빅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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