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바닥 쳤나… 두달새 1억6000만원 반등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개포주공 아파트 일대. 부동산중개업소 20여 곳이 몰려 있는 개포종합상가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전화 벨소리가 들려왔다. 20여 분 동안 A중개업소로 걸려온 ‘구매 문의’ 전화는 무려 6통. 지난달 취득세 한시 감면 조치가 끝나면서 손님 발길이 뚝 끊겼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1만2000여 채 규모 개포주공 전체에서 7월 한 달간 성사된 매매거래는 6건 정도. 하지만 이달 들어서는 하루에 2, 3건씩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채은희 개포부동산 대표는 “8월 들어 집값이 뛰면서 거래도 늘고 있다”며 “지난달 초 6억1000만 원이던 1단지 42m²가 6억5000만 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최대진 대진공인 대표는 “지난달 새 재건축조합장이 선출되자 사업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기대로 매수세가 붙었다”며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심리도 조금씩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절벽’이 현실화되며 빠르게 얼어붙었던 강남 재건축 시장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 한 달 새 5000만 원가량 집값이 올랐고 거래도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업 추진이 가시화된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어서 전반적인 회복세로 확산하려면 국회에 계류 중인 ‘4·1 부동산 대책’ 관련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집값 뛰자 집주인들 매물 거둬들여”


같은 날 찾은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일대. 이곳은 최근 새로운 재건축추진위원회가 구성되고 올해 안으로 조합설립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들썩이고 있었다.

이 아파트 112m²는 4·1대책 영향으로 5월 10억7000만 원까지 올랐다가 취득세 감면 종료를 앞둔 6월 9억 원대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이달 18일 10억6000만 원에 거래가 됐다. 약 두 달 새 집값이 1억6000만 원 뛴 것이다.

집값이 들썩이자 저가 급매물을 내놓았던 집주인들은 다시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유재영 중앙부동산뱅크 대표는 “10억7000만 원에 집을 내놨던 집주인이 막상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자 11억 원에 팔아야겠다며 매물을 거둬갔다”며 “급매물은 아예 사라졌고 매도자들은 가격이 더 뛸 것이라는 기대감에 아예 집을 내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동구 고덕동 주공2단지도 지난달 재건축 시공사가 선정된 뒤 가격이 오르면서 투자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6일 기준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주간 매매가 변동률은 0%를 기록했다. 취득세 감면 혜택이 끝난 뒤 계속되던 하락세가 3주 만에 멈춘 것이다. 송파구는 7월 중순부터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16일 기준 0.09% 올랐다.

○“본격 회복하려면 4·1대책 국회 통과 시급”

전세금이 급등하는 가운데 주택시장 바로미터인 강남 재건축 시장이 회복조짐을 보이자 침체된 매매시장이 반전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나온다.

채 대표는 “4·1대책에 따라 1주택자가 파는 집을 올해 말까지 사야 세제 혜택을 받는데 연말이 되면 집 사는 사람이 몰릴까봐 미리 집을 사는 사람들이 생겼다”고 말했다. 잠실동 A공인 대표는 “전세금이 너무 뛰니까 집값이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고 보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건축 시장이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이르다는 의견이 많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폐지,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 등 거래 활성화 대책들이 국회 벽에 막힌 상황에서 전반적인 매매심리는 여전히 위축됐다는 것이다.

실제 서초구 반포동과 잠원동 재건축 시장은 움직임이 없다. N부동산 대표는 “시장이 살아나려면 40, 50대 고액연봉자들이 움직여야 하는데 이들이 움직이지 않으면서 관망세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재건축 매매가격이 박스권에서 오르내리고 있어 바닥을 쳤다고 보기 힘들다”며 “추세적으로 반등하려면 취득세 영구 인하 방안이 확정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 등이 입법화되면서 정책 불확실성이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금융시장마저 침체가 계속되자 재건축 투자 메리트를 보고 매수하는 사람이 생긴 것”이라며 “하지만 강남 재건축도 시장 전체가 오르는 게 아니라 개별 단지별로 차별화돼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임수·김준일 기자 imsoo@donga.com
#강남#재건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