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도 계열사 광고 외부에 개방 ‘일감 나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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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금융계열사부터 경쟁PT 시행

삼성이 그룹 계열사 광고 제작의 문호를 외부 광고회사에 개방하는 ‘광고 일감 나누기’에 동참한다. 지금까지 삼성그룹의 광고물량은 계열사인 제일기획이 독식하다시피 했다.

12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삼성의 금융계열사들은 7월부터 광고를 제작할 때 외부 기업을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 참여시키기로 했다. 외부 기업에 제공하는 광고물량 비율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금융계열사를 시작으로 삼성전자 등 제조 분야 계열사들도 순차적으로 광고 제작에 외부 기업을 참여시키는 경쟁 PT를 도입할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는 “과거에도 일부 계열사가 경쟁 PT를 한 적이 있지만 앞으로는 그룹 내외부를 가리지 않고 경쟁에 붙인다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그룹 전체 광고물량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해 제일기획이 삼성전자 한 회사를 통해서만 올린 매출이 4590억 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그룹의 광고 일감 나누기의 경제적 효과는 최소 수천억 원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의 광고 일감 나누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14년형 쏘나타’ 프로모션 행사를 경쟁 입찰을 거쳐 중소 광고대행사 ‘무한상상’에 맡겼으며 ‘쏘나타 하이브리드’ ‘스포티지R’ 등의 광고도 경쟁 입찰을 통해 발주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계열사인 SK플래닛이 아닌 외부 광고회사가 제작한 자사의 광고를 내보냈다. LG그룹도 광고물량 1000억 원 가운데 보안이 중요하지 않은 제품의 광고는 경쟁 입찰에 부치고 전시, 이벤트 등은 중소 대행사에만 맡기기로 했다.

주요 기업들의 이 같은 조치는 정부와 정치권이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관행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은 광고 외에 시스템통합(SI), 건설, 물류 등의 업종에서도 계열사가 아닌 외부 기업이나 중소기업이 경쟁 입찰을 통해 일감을 수주할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4월 광고, 물류 분야에서 6000억 원 규모의 일감을, LG그룹은 지난달 SI, 광고, 건설 분야에서 연간 4000억 원 규모의 일감을 외부에 개방하기로 했다.

SK그룹도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이 내부 계열사인 SK C&C와의 SI 거래규모를 각각 10% 이상 줄이기로 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삼성#일감나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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