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간 치열하게 달려왔습니다. 이제 KT는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뉴프런티어가 되고자 합니다.”
11일 오전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KT-KTF 통합 4주년 기자간담회’. 넥타이 없는 와이셔츠에 무선 헤드셋을 쓴 최고경영자(CEO)는 원고 없이 홀로 무대에 올라 때로는 차분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회사의 비전을 설명했다.
이석채 KT 회장(68)은 이날 통신네트워크 혁신에 앞으로 3년간 3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KT는 “이렇게 되면 국내 유·무선 통신환경은 완벽한 기가(GB·기가바이트)급으로 올라서고 ‘가장 빠른 통신망을 보유한 국가’라는 지위도 회복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를 통해 가상재화(Virtual Goods) 시장을 키워 ICT 기반의 일자리 약 2만5000개를 추가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소개했다.
이 회장은 3조 원에 이르는 재원 마련 방안도 밝혔다. 전국 통신선을 광통신망으로 바꾸면서 나오는 동(銅·구리)케이블을 팔고, 전국 요지의 전화국을 리모델링해 임대하는 등 합리적 예산 운영을 통해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KT는 이를 ICT산업의 근간인 백본(backbone·기축통신)망에 2조5000억 원, 일반 가정으로 들어가는 가입자망에 5000억 원을 투입해 네트워크를 전면적으로 혁신할 계획이다.
이로써 얻을 수 있는 직접적인 혜택은 일자리다. 통신네트워크 혁신에 투자하는 3조 원은 통신장비 구매(1조3500억 원), 인프라 건설(4500억 원), IT 서비스(1조2000억 원)로 나뉜다. 이를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는 향후 3년간 약 2만5000개에 이른다는 것이 KT의 설명이다.
최근 ‘탈(脫)통신’을 내세워 경영혁신을 이끈 과정을 설명한 이 회장은 ICT를 활용한 미디어 분야 투자와 기술개발 계획도 공개했다. 다음 달 올레TV에 개방형 운영체제(OS)를 접목해 세계 최초의 웹(Web) 방식 인터넷TV(IPTV)를 출시함으로써 스마트 혁명에 이어 찾아올 ‘TV산업혁명’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이 회장은 ‘뉴프런티어’를 화두(話頭)로 내세웠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성장을 이끌어온 ICT 기반 기술을 가다듬어 앞으로 본격화할 사이버공간과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진정한 리더로 나서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는 “창조경제의 근간이자 성장의 토대가 될 ICT를 활용해 우리 젊은이들이 세계무대에 도전할 수 있게 해야 일자리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며 “4년 전 KT와 KTF의 합병 당시 약속했던 것처럼 젊은이들에게 글로벌 진출 기회를 적극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진출의 양과 질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KT는 그동안 축적한 ICT 융합기술과 혁신 노하우를 제3세계에 수출해 우리나라 ICT산업의 세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ICT산업이 가져올 해당 국가의 경제발전과 사회 격차 해소라는 ‘글로벌 어젠다’도 놓치지 않겠다”며 첫 사례로 아프리카의 르완다를 꼽았다. 그는 “지금 이 순간 르완다에서는 KT가 롱텀에볼루션(LTE) 구축사업에 1500억 원을 투자하는 협정식이 열리고 있다”며 “앞으로 25년간 르완다 전역에 LTE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운영하면서 아프리카에 한국형 ICT 혁명 방법론까지 수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KT는 유선전화 사업이 무너지는 악조건 속에서도 3만5000명의 직원을 고용하며 국가와 사회에 공헌해 왔다”면서 “앞으로도 청년실업과 빈부격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도전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T 회장 취임 5년째에 접어든 그는 자신의 거취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KT는 갖은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고 변함없이 제 길을 걸어왔다. 국내에서 재벌기업과 일대일 승부를 벌이는 회사가 우리 말고 또 있느냐”고 반문해 일각에서 제기된 사퇴설을 간접적으로 부인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해 3년 임기가 아직 절반 이상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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