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백화점-홈쇼핑 ‘유통 甲질’ 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툭하면 인테리어 비용 떠넘기고… 방송세트 제작비용 요구
표준거래계약 가이드라인 제시… 강제성 없지만 이행여부 지속 체크

#1. 백화점에 입점한 의류업체 A사는 2011년 3월 약 5000만 원을 들여 실내 인테리어 공사를 했다. 하지만 2년이 채 안 된 지난해 8월 백화점 측으로부터 ‘가을맞이 개편’을 위해 인테리어를 바꿔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A사는 자기비용을 들여 공사를 다시 할 수밖에 없었다.

#2. TV홈쇼핑에 의류를 납품, 판매하는 B사는 얼마 전 홈쇼핑 회사로부터 방송세트 제작비를 부담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방송세트를 화려하게 바꾸면 상품 매출이 늘어난다는 이유였다. B사는 고정적으로 내는 판매수수료 외에 세트제작비 1000만 원을 추가로 내야 했다.

앞으로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와 홈쇼핑업체가 입점, 납품업체들에 이처럼 추가비용을 전가하는 일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6일 유통업체와 납품업체 간 분쟁의 소지가 되는 각종 추가비용 분담과 관련해 ‘표준거래계약서 개정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은 ‘권고안’이라 반드시 지켜야 할 강제성은 없지만 당국이 지속적으로 준수 여부를 체크할 예정이어서 유통업체, 홈쇼핑사들에 큰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우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매장 바닥이나 조명, 벽체 등 기초시설의 공사비용은 원칙적으로 유통업체가 부담하도록 했다. 또 매장 인테리어 공사도 전반적인 매장 리뉴얼, 상품구성 개편 등 유통업체의 필요에 따라 진행되면 유통업체가 비용을 내도록 했다. 다만 매장 위치나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입점업체가 스스로 인테리어를 바꿀 때는 양측이 협의해 그 비용을 분담할 수 있게 했다. 정부는 이런 규정개편을 통해 3대 백화점 입점업체들의 인테리어비 부담이 연간 1300억 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는 TV홈쇼핑 납품업체들의 부담도 대폭 줄여주기로 했다. 판매전문가(쇼호스트)·모델비, 세트제작비 등 방송제작에 쓰이는 비용들은 기본적으로 홈쇼핑사가 부담하게 했다. 다만 납품업체가 모델, 세트의 변경을 먼저 요청할 경우 협의를 통해 비용 분담을 할 수 있다.

또 개정안은 자동응답시스템(ARS) 할인 비용도 홈쇼핑사가 납품업체에 50% 이상 전가하지 못하도록 명시했다.

이에 따라 홈쇼핑사가 납품업체 측에 제품가격을 낮추라며 일방적으로 가격 할인을 강요하는 사례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상품 배송과 관련해서는 홈쇼핑사가 납품업체에 지정한 택배회사(계열사 등) 이용을 강제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새로 넣었다.

공정위 당국자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양측 의견을 사전에 조율해 만들었기 때문에 이번 표준계약서가 많이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계약서 채택 여부는 정부가 강제할 수 없지만 계약을 체결하고 그 내용을 지키지 않으면 당국의 조사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홈쇼핑#백화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