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20년간 13배 급성장 원동력은… 잘나갈때 위기 준비한 ‘혁신 DNA’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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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이 신(新)경영을 선언하기 전인 1992년 말, 삼성은 한창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룹 매출액은 5년 전에 비해 2.5배로, 자산도 3.3배로 늘었다. 라이벌이던 현대그룹을 이미 앞서고 있었다. 다들 고무된 분위기였지만 딱 한 사람, 이 회장은 “불안감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할 정도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 회장의 위기감은 곧 삼성 제품의 품질에 대한 각성으로 이어졌다. 신경영 선언도 이를 모든 조직원에게 전파하기 위해 시도한 일종의 ‘충격 요법’이었다. 당시 이 회장은 “삼성이 자만심에 빠져 위기를 진정한 위기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이런 상태로는 21세기 초반에는 절대로 살아남지 못한다. 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를 온몸으로 느꼈다”고 신경영 선언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신경영 선언 후 20년, 삼성은 그동안 한국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다. 1993년 29조 원이었던 그룹 전체 매출액은 지난해 380조 원으로 13배로 늘었고, 같은 기간 수출 규모도 107억 달러에서 1572억 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어내라”는 이 회장의 주문에 따라 시장점유율 및 매출로 세계 1위에 오른 제품도 많아졌다. 역대 ‘월드 베스트’ 자리에 오른 삼성의 제품은 TV와 스마트폰, 모니터, 메모리 D램 반도체,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드릴십, 리튬이온 2차전지 등이다.

특히 삼성의 휴대전화는 20년 사이 눈부시게 성장했다. 1994년 출시한 휴대전화는 불량률이 11.8%에 이르러 시장에서 외면을 받았다. 그러나 ‘애니콜’, ‘갤럭시 시리즈’ 등의 성공에 힘입어 이제는 삼성의 대표 브랜드이자 캐시카우(수익 창출원)가 됐다. 지난해에는 14년 동안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은 노키아를 제치고 휴대전화 세계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경영의 성공 비결은 이 회장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시대가 변화하는 시점을 잘 간파하고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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