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李회장 정조준… ‘비자금 직접지시’ 수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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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 비자금 의혹 전방위 추적

검찰의 칼끝이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검찰은 CJ그룹이 비자금을 해외 비밀계좌로 빼돌린 뒤 다시 국내로 들여오는 과정에 이 회장이 직접 관여한 것으로 보고 전방위로 수사하고 있다. 법원이 기각하긴 했지만, 이 회장 신체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영장까지 청구한 것도 검찰의 수사 의지와 방향을 보여 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비자금 조성 및 투자 과정에 초점

검찰은 CJ그룹의 비자금이 국내→홍콩, 싱가포르, 스위스 등지의 은행→조세피난처에 세워진 특수목적법인→홍콩의 특수목적법인→국내 주식 투자 등 몇 단계를 거쳐 국내로 다시 들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 추적을 피하고 비자금의 연결 고리를 감추기 위해 이런 방식을 동원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다.

검찰은 CJ그룹이 △국내에서 비자금을 어떤 방식으로 조성했는지 △이 비자금을 어떻게 해외로 빼돌렸는지 △국내로 다시 들여온 비자금을 어떤 용도로 썼는지 등을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통해 비자금 규모를 불렸다면 이 비자금의 ‘종잣돈’이 이 회장이 선대로부터 편법으로 물려받았거나 회삿돈을 빼돌려 조성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불린 돈을 해외로 보내는 과정에 편법이 있었는지도 주요 수사 대상이다. CJ그룹은 미술품이나 악기 등을 해외에서 사들이는 것처럼 속이는 가공 거래를 통해 돈을 해외로 보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세청은 최근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이 회장이 홍 대표를 통해 2007년 5월∼2008년 초 약 470억 원어치의 해외 미술품을 거래하며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의뢰했다. 일부 언론이 홍 대표와 이 회장의 미술품 거래 규모를 1422억 원어치로 보도했지만 국세청이 파악한 거래 규모는 이보다 작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국내로 들여온 비자금이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소송 비용으로 쓰였는지, 문화사업 확장을 위한 정관계 로비에 쓰였는지도 검찰 수사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 가운데 이 회장이 비자금 조성과 해외 송금, 국내 반입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한 문건이 있는지, 해외 차명계좌의 계좌주와 계좌번호 등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있는지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 창사 이래 최대 위기 맞은 CJ

CJ그룹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최근 대표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의 1분기(1∼3월) 영업이익이 줄어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그룹 전체가 비상 경영을 시작한 상황에서 검찰의 대대적인 비자금 수사까지 시작되자 더욱 긴장하고 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초상집 분위기라고 보면 된다. 그래도 임원들은 검찰 수사와 무관한 부서 직원들에게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라고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룹 내에선 검찰 수사와 맞물려 대규모 인사설이 나돌고 있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인사 개연성이 높은 분위기지만 수사 상황을 봐 가면서 인사 규모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CJ 종속법인 두 곳이 ‘페이퍼컴퍼니’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선 22일 설명 자료를 통해 “CJ CGV가 베트남 업체를 인수하거나 대한통운이 리비아 공사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법인을 설립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비자금 조성지로 지목되고 있는 홍콩에서 CJ 차이나, CJ 글로벌 홀딩스, CGI 홀딩스, CMI 홀딩스, UVD엔터프라이즈 등 5개 업체가 동일 주소지에 있는 점에 대해서도 “각각 사업 목적이 뚜렷한 회사들”이라며 “지주회사는 직접 사업을 하는 회사가 아니라 계약을 체결하거나 투자를 받는 주체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물리적인 공간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한편 CJ그룹 측 변호는 법무법인 광장과 김앤장법률사무소가 맡았다. 광장에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지낸 박용석 변호사와 서울중앙지검 1차장을 지낸 박철준 변호사(이상 연수원 13기) 등이 포진해 있다. 경북고를 졸업한 박용석 변호사는 이번 수사를 지휘하는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16기)과 박정식 3차장(20기)의 고교-대학(서울대) 선배다.

최창봉·장선희·김범석 기자 ceric@donga.com
#CJ#비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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