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물가에 연동시켜 조금씩 인상” 대안론 힘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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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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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2000원 인상 논쟁 2라운드 돌입

담뱃값 인상 논란이 2라운드를 맞고 있다.

급격한 담뱃값 인상 및 그에 따른 각종 부담금 인상에 대한 여론의 반발이 커지면서 정부와 여당 안에서 담뱃값을 단번에 확 올리지 말고 물가에 연동시켜 점진적으로 인상하자는 대안론이 부상하고 있는 것.

담뱃값 인상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역대 정부를 거치면서 사실상 매번 담뱃값 인상이 거론됐지만 번번이 흐지부지됐다. 2005년 담뱃값 인상을 앞두고도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을 위해 다섯 번의 법안심사소위가 열렸고 상임위 의결이 세 차례나 연기되는 진통을 겪은 끝에 본회의 표결이 이뤄졌다.

지금은 흡연 자제에 대한 공감대가 커졌고, 흡연 환경도 많이 달라진 만큼 담뱃값 인상을 두고 8년 전처럼 정치권이 큰 홍역을 치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상 폭과 시기 등 구체적인 방법론을 놓고 서민층의 여론, 흡연율 감소 효과와 맞물려 뜨거운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급진적 인상 vs 점진적 인상

우리나라의 담뱃값은 현재 2500원짜리가 판매량의 98%를 차지하고 있다. 2005년 2500원으로 500원 오른 뒤 지금까지 그대로다. 지난 8년간 소비자물가가 약 23.4% 상승했으니 담배의 2013년 실질가격은 1900원으로 오히려 낮아진 셈이다. 한국의 담뱃값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싸고 흡연율은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흡연 억제를 위해 담뱃값 인상이 최선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담뱃값 인상에 대한 저항이 상당히 거센 편이다. 담뱃값 인상이 서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담뱃값에 포함된 간접세의 특성상 가격이 오를수록 소득의 역진성(소득이 낮은 사람이 더 높은 세 부담을 지게 되는 현상)은 더욱 심화된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지적 때문에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7월 발의한 담뱃값 물가연동제가 관심을 받고 있다. 담배에 부과하는 소비세와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물가지수에 연동시켜 담뱃값의 급격한 인상을 피하면서 흡연율도 낮추자는 취지다.

이 의원은 1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담뱃값을 인상할 때마다 법률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논쟁은 커지고 자칫 조세 저항까지 불러올 수 있다”며 “담배 관련 세금에 물가연동제를 적용하면 되풀이되는 정치적인 논쟁과 소모적인 행정 절차를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의 ‘담뱃값 2000원 인상안’에 대해선 흡연자들의 거부감이 크다는 게 문제다. 김 의원은 “물가연동제를 실시하면 흡연자들이 담뱃값 인상에 적응하고 순치돼 흡연율 저하 효과는 별로 거두지 못할 것”이라며 “꼭 2000원 인상이 아니더라도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을 요인을 제공할 수 있을 정도의 가격 인상을 시행한 뒤 나중에 물가연동제를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담뱃값 인상안 4월 국회 일단 정지

노태우 정부 이후 지금까지 담뱃값을 올린 건 모두 7차례다. 공교롭게도 뒤이어 실시된 선거에선 노태우 정부를 제외하곤 모두 집권 여당이 패했다. 담뱃값을 올리면 여당이 진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다. 이를 의식한 듯 정부와 여당은 속도 조절에 나섰다.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담뱃값 인상이 선거 쟁점으로 떠오르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담뱃값 인상을 위한 김재원 이만우 의원의 ‘국민건강증진법’ 일부 개정안은 4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보건복지위원회 184개의 법안 안건에서 제외됐다. 담뱃값 인상은 ‘국민건강증진법’과 ‘지방세법’ 개정이 동시에 이뤄져야 가능하다. 안전행정위의 4월 의사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현재로선 김, 이 의원의 ‘지방세법’ 일부 개정안 역시 제외될 개연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4월 국회에선 일단 주춤하게 됐지만 담뱃값 인상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정부의 140개 국정과제의 주요 추진 계획에 ‘담배 및 술의 규제 강화’ 항목이 포함된 만큼 새누리당은 4월 재·보선 이후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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