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경영 지혜]자신감 넘치는 CEO, 잘릴 확률 높다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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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일이 잘 풀리면 자기 능력 덕분으로 생각하고 일이 잘못되면 남 탓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자기본위편향(self-attribution bias)이라고 한다. 강한 자기본위편향은 과도한 자신감으로 이어져 무모한 의사결정을 낳을 수 있다. 기업의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최고경영자(CEO)가 강한 자기본위편향을 가졌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과도한 자신감 탓에 무모하고 위험한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무분별한 사업 확장과 성급한 인수합병 등을 초래해 결국 기업이 망할 수도 있다.

앤디 김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는 실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입증하기 위해 1997년부터 2006년 사이 경제전문 케이블TV CNBC가 CEO 6931명과 인터뷰한 자료를 분석해서 CEO의 자신감과 기업 성과, 이에 대한 시장 반응을 살펴봤다. 김 교수는 CNBC와의 인터뷰 도중 CEO가 몇 번이나 자신을 언급하는지 세어보는 방식을 활용해 자신감의 수준을 측정했다. 특히 기업 성과를 설명할 때 CEO가 얼마나 자주 자신을 언급하는지에 주목했다. 기업 성과를 설명하면서 자신을 많이 언급한다는 것은 성공이 자신의 능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CEO가 각종 상황에서 어떤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분석했다.

분석 결과, 과도한 자신감에 찬 CEO일수록 다양한 사업에 뛰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한 자신감을 가진 CEO는 해임당하는 확률도 높았다. 특히 실적 부진 등의 요인으로 해임당하는 확률이 높았다. 이런 CEO에 대해서는 시장 반응도 달라졌다. 자신감이 과하게 넘치는 CEO가 인수합병 결정을 내리면 주식시장 반응이 좋지 않았다. CEO가 냉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의미다. 반대로 적당한 자신감을 가진 CEO의 인수합병 결정에 대해서는 시장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이 연구의 장점 중 하나는 CEO의 과도한 자신감을 좀 더 정확한 방법으로 측정했다는 점이다. 분석 자료로 활용된 인터뷰는 기업의 과거 실적을 묻고 그 원인에 대해 CEO가 대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조사 목적에 부합했다. 종합하면 과도한 자신감으로 뭉친 CEO는 사고 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주주와 시장도 기업의 어떤 의사결정을 받아들일 때 CEO의 성향을 고려해서 판단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정리=최한나 기자 han@donga.com
#CEO#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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