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만료 원전8기 가동 전제…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논란

  • 동아일보

최근 정부가 확정한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머지않아 수명이 다하는 원자력발전소를 계속 가동하는 것을 전제로 수립돼 논란이 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노후 원전 정책’을 약속했지만 정부가 이에 대한 깊은 고려 없이 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의 계속가동을 염두에 두고 중장기계획을 짰기 때문이다.

26일 지식경제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2013∼2027년 ‘6차 전력수급계획’ 기간 중 수명이 끝나는 원전은 지난해 11월 설계수명(30년)이 다 돼 멈춰선 월성원전 1호기를 비롯해 총 8기다. 울진 1호기가 2016년에 수명이 만료되고 고리 2호기는 2023년, 고리 3호기는 2024년, 고리 4호기와 영광 1호기는 2025년, 울진 2호기는 2027년에 각각 가동 유효기간이 끝난다. 이미 한 차례 수명이 연장된 고리 1호기는 2017년까지 가동한 뒤 별도 조치가 없으면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

문제는 정부가 6차 전력수급계획을 짜면서 이들 8기 원전이 모두 가동되는 걸 전제로 추가로 필요한 발전설비 용량을 산출했다는 점. 수명이 다한 원전을 다시 가동하려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정밀진단을 거쳐 합격점을 받아야만 하는데도 정부는 8기 모두 수명이 연장된다고 본 것이다. 이들 8기 원전의 총설비용량은 667만 kW로 올겨울 전력공급량의 10% 안팎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유럽연합(EU) 방식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쳐 수명종료 원전의 재가동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공약대로라면 지금까지보다 훨씬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 이 과정에서 수명종료 원전 중 하나라도 가동연장이 안 될 경우 전력수급계획의 대폭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원전 재승인과 수명연장을 과거 관례에 따라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지경부 당국자는 “과거에도 일단 가동을 전제로 수급계획을 세웠다”며 “연장 여부는 수명이 끝날 때 결정하는 것이고 현재로서는 이에 관해 논의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전력수급#원전8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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