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삼성전자의 조직 개편에서 가장 눈에 띈 부분은 의료기기사업부의 출범이다. 삼성전자는 조수인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을 의료기기사업부장(사장)으로 앉혀 조직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삼성의 반도체를 세계 1위로 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인물이다. 이에 따라 삼성의 신수종 사업인 의료기기 분야에서 공격적 행보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2010년 의료기기 업체인 메디슨을 인수했으며, 2011년엔 미주법인을 통해 심장질환 검사기기를 생산하는 넥서스의 의료기기 부문인 ITC 넥서스 홀딩 컴퍼니를 인수했다.
조직개편 이후 삼성은 영상진단기기 분야의 신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1월 미국 의료기기 업체인 뉴로로지카를 전격 인수하며 사업의 외연을 넓혔다.
뉴로로지카는 컴퓨터단층촬영(CT) 분야의 전문 의료기기업체다. 삼성전자는 미국법인 SEA를 통해 뉴로로지카의 지분 100%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시킨 뒤 자사(自社)의 기술, 브랜드, 글로벌 경쟁력을 접목해 글로벌 의료기기업체로 도약할 계획이다.
이 같은 공격적 행보에 대해 재계는 휴대전화, TV, 반도체 등 기존 사업이 성숙기에 접어든 가운데 삼성이 과거와 같은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의료기기 등 신사업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에 나선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바이오제약 사업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은 조기 사업화가 가능한 바이오의약품 생산사업(CMO)을 우선 추진하며 2016년 바이오시밀러, 바이오 신약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우선 CMO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11년 삼성전자, 삼성에버랜드 등이 지분을 투자하고 세계 최고의 바이오 제약 서비스업체인 퀀타일스의 지분 투자를 이끌어 낸 합작사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이 회사는 3만 L급 동물세포 배양기를 갖추고 이르면 상반기(1∼6월)부터 암, 관절염 환자 치료용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그룹은 의료기기와 바이오 제약 사업 외에도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등 총 5개 사업을 미래 사업으로 선정하고 대규모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삼성은 2010년 이들 사업에 총 23조3000억 원을 투자해 2020년까지 5개 신사업에서 매출 5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태양전지는 2020년까지 누적투자 6조 원에 매출 10조 원, 자동차용 전지는 5조4000억 원 투자에 매출 10조200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LED는 8조6000억 원 투자에 17조8000억 원 매출을, 바이오 제약은 2조1000억 원 투자에 매출 1조8000억 원, 의료기기는 1조2000억 원 투자에 매출 10조 원을 기대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은 기업의 사명이기도 하다”며 “다른 글로벌 기업이 머뭇거릴 때 과감하게 투자해 기회를 선점하고 국가경제에도 보탬이 되도록 하자”고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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