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朴재정 “변동커진 환율… 규제 준비완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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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구두개입? 외환실탄 장전?
일각 “1050원 뚫리면 개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 최근 변동성이 커진 외환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를 23일 예고했다. 환율 문제에 대해 말을 아끼던 이전 태도와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박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조찬포럼이 끝난 뒤 환율 대책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발표) 시점은 밝히기 어렵지만 대책은 준비가 완료됐다”고 말했다. 준비된 대책이 기존의 ‘거시건전성 3종세트’(선물환 포지션 제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를 강화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말할 수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이날 박 장관은 포럼 강연에서 “환율하락(원화가치는 상승) 속도가 가파르기 때문에 경제주체들이 적응하기가 매우 어려웠다”며 “불확실성 최소화 차원에서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의 양적완화와 관련해서는 “확장적 통화정책은 단기 부양에는 도움이 되지만, 국채이자 상승 등 여러 경로를 거쳐서 중장기적으로 비용을 유발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단기 편익과 중장기 비용을 수반하므로 양자를 잘 고려해서 일본 정부가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장관의 발언에 대한 외환시장의 해석은 둘로 갈렸다. 조금 강도를 높인 ‘경고성 구두개입’일 뿐이라는 분석과 조만간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발언의 강도나 그동안의 환율하락 속도 등을 감안하면 정부가 ‘환율 전쟁’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외환시장에 대한 1단계 대책으로 이달부터 외국환은행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줄인 데 이어 2단계 대책이 임박했다는 설명이다.

2단계 대책으로는 ‘3종 세트’ 중 한두 가지를 결합해 규제를 강화하는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투기 논란이 끊이지 않던 역외선물환(NDF) 시장을 겨냥한 카드가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재정부 관계자는 “충분히 연구해 왔고 지금은 시장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원-달러 환율 1050원이 무너지면 정부가 곧바로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의 양적완화 등 대외적인 경제 환경과 외환수급 상황 등을 감안하면 원화강세는 당연한 현상인 만큼 정부가 인위적으로 환율 수준을 조절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조재성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달러가 많아서 환율이 떨어지는데 무슨 대책으로 막을 수 있겠느냐”며 “정부가 현실적으로 내놓을 만한 게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진우 NH투자선물 리서치센터장도 “정부 대책이 효과를 보려면 예고 없이 내놓아야 한다”며 “달리 쓸 카드가 없다 보니 표현만 점점 강해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9원 오른 1066.2원으로 장을 마쳤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박재완#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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