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비, 20년만에 500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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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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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로지스틱스 인상 결정… 업계로 확산 움직임

‘울며 겨자 먹기’로 출혈경쟁을 벌이던 택배업계가 결국 가격 인상에 나섰다. 현대로지스틱스가 업계에서 처음으로 가격을 올리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다른 업체들도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그룹의 종합물류기업인 현대로지스틱스는 20년 만에 상자당 배송 비용을 500원 올리겠다고 20일 밝혔다. 이 회사의 현재 평균 택배단가가 상자당 246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000원 수준으로 오르는 셈이다.

회사 측은 신규 계약 내지 기존 고객과의 재계약부터 가격 인상을 적용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고객 70%는 기업 고객인데, 기업체 물량은 대부분 공개입찰을 통해 따낸 것이어서 일방적으로 가격을 올릴 수는 없다.

택배 시장의 성장과는 대조적으로 배송 비용은 업체들의 출혈경쟁으로 꾸준히 하락세를 보여 왔다. 현대로지스틱스에 따르면 국내 택배 물량은 2000년 2억5000만 상자에서 지난해 14억6000만 상자로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택배 단가는 평균 3500원에서 2460원으로 약 30% 줄었다.

낮아진 배송 비용은 택배기사의 임금 하락으로 이어져 서비스 품질에도 영향을 미쳤다. 건당 배송료를 받는 택배기사들이 한정된 시간 동안 더 많은 물건의 택배를 담당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배송 지연, 파손, 분실 등의 문제가 늘어났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택배 관련 피해 접수건수는 총 2501건으로 2010년(1541건)과 비교해 2년 새 약 62% 증가했다.

지난해 말에는 홈쇼핑 연말특수에다 한파에 따른 노면상태 악화로 배송 지연이 늘어나면서 일부 업체의 파업설이 돌기도 했다. 노영돈 현대로지스틱스 대표는 “택배업 종사자의 근로환경을 개선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적정 단가를 적용해야 한다”며 “이번 가격 인상은 택배 종사자와 고객의 상생을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택배업체들은 소비자들과 협의해 가격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경쟁업체들이 늘면서 전체적인 택배 단가가 너무 낮아졌다”며 “점진적으로 단가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과밀화된 택배업계 구조상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택배사업은 배송차량에 택배기사만 있으면 쉽게 시작할 수 있어 특정 지역, 업종 등을 기반으로 하는 영세 업체가 많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 단위로 운영되는 택배업체는 총 17개다. 하지만 국토해양부는 전국 택배 관련 업체를 1250여 개로 추산하고 있다.

TV홈쇼핑과 인터넷 쇼핑 등의 영향으로 국내 주요 택배업체의 법인 거래 비중이 80∼90%에 이르는 것도 출혈경쟁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이처럼 법인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객사의 입김이 갈수록 세지고 있다. 박민영 인하대 물류대학원 교수는 “자체 경쟁에서 출혈이 심하다 보니 화주사와의 협상에서 택배사들이 취약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며 “택배 시장의 재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택배비#현대로지스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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