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직원 “야후코리아, 왜 한국에서 철수했냐고?”

동아경제
입력 2013년 1월 4일 14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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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후가 한국을 떠난 가장 큰 책임은 편한 것만 추구하는 한국 소비자에게 있다.”

무책임하게 한국에서 철수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야후코리아(Yahoo Korea)가 사업실패 이유를 소비자에게 돌려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12월31일자로 국내 서비스를 종료한 야후코리아의 한 직원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한국을 떠나는 외국기업들 : 침략자를 몰아낸 집주인의 승리인가?’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대부분의 한국 언론은 야후코리아 철수가 ‘IT 트랜드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단정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외국계 기업이 한국 기업과 승부를 겨루기엔 출혈이 너무 큰 데다 명분도 딱히 없을 정도로 한국시장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 비해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한국에서 철수한 외국계 기업들은 ‘좀 더 효율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시장에 자원을 집중하기 위해 한국 시장을 버린다’고 설명한 뒤, 외국계 기업이 한국에서 철수하는 이유를 크게 3가지로 들었다.

먼저 ‘지나치게 까다로운 소비자 입맛’으로 “비슷한 환경과 조건이라면 기업은 소비자에게 덜 시달리는 시장을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한국과 일본은 로컬 기업들의 선두경쟁이 치열해 (외국기업이)피를 흘리면서까지 시장에 진입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는 외국계 기업 철수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장단기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먼저 고용시장 축소를 우려했다. 그는 “철수하는 기업 당 적게는 200~300명 많게는 수천 명의 직원들이 직장을 잃게 되는데, 이런 기업이 7~8개만 돼도 그 숫자는 상당히 커진다”고 했다. 그는 이럴 경우 “결국엔 전자제품은 삼성, 자동차는 현대, 유통은 롯데, 통신사는 SK를 사용할 수밖에 없게 돼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선택의 폭이 감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바로 소비자에게 있다”며 “자신을 편하게 해주기만 하는 기업의 맞춤형 상품만을 소비하는 수동적 소비자가 되기보다는,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다양한 상품들을 사용하면서 보다 국제적인 시야를 갖추려는 능동적 소비자가 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의 글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면서 적지 않은 논란을 낳고 있다. 파문이 확산되면서 4일 오전 11시 현재 원문은 삭제된 상태다.

많은 네티즌들은 “야후를 써봤는데 매력도 없고 너무 불편해 써야하는 이유를 모르겠더라. 그게 소비자 탓인가?”, “국제적인 시야는 한국 소비자가 아니라 야후가 갖춰야 하는 것 아니냐.”, “외국 소비자는 내 돈 내고 쓰면서 불편해도 국제적인 시야를 위해 감수하나 보지?” 등등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국내 시장의 독과점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은 맞는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도 갈라파고스가 될 수 있다.”, “외국계 기업이 살아남아야 고용도 일어나고 사업도 다양해진다.” 등 우려도 많았다.

한편 야후코리아는 지난해 10월 19일 전 사원을 모아놓고 “올해 말 한국에서 철수한다.”고 전격 발표한 뒤 직원들에게 스스로 일자리를 찾아서 나가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비난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