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스펙 없이 정상에 오른 ‘기우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7일 03시 00분


기술로 우대받는 사람들… 2012 기술인 국민스타 3人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에만 ‘스타’가 있는 건 아니다. 땀과 열정으로 대한민국 경제를 무역규모 1조 달러의 세계 톱 10으로 견인한 산업현장의 ‘스타’들도 있다. 국내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그 안에서 고도의 기술력으로 ‘Made in Korea’를 만들어내는 숙련기술인들이 그들이다. 이들은 학력과 스펙이 아닌 땀과 열정으로 세계 최고에 올라섰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올 한해 ‘학력보다는 능력으로 인정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수 숙련기술인 국민스타’ 프로젝트를 벌였다. 우수숙련 기술자와 숙련기술 전수자를 선정하고 기술인의 꽃으로 불리는 ‘대한민국 명장’을 선정했다. 10월엔 국민스타 3인과 고교생 50명이 함께 5박 6일을 지내며 300km의 기술대장정을 벌였다. 반향은 컸다. 이 행사에 참가한 수원하이테크고교 서상현 군(18)은 “청소년들이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지만, 최고의 기계 제작자가 되고자 하는 학생도 많다”고 말했다. 대장정 프로그램에는 세계 수준의 고등훈련기 T-50과 전투기 KF-15의 제작과정이 포함되어 있어, 청소년들의 꿈을 한껏 키웠다.

2012년의 국민스타에는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독일제 냉동설비를 뛰어넘은 대흥제과제빵기계의 김대인 대표, 우리 스스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김치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세계에 알린 한성식품의 김순자 사장, 대학 대신 직업훈련원을 선택해 국제기능올림픽 메카트로닉스 금상을 수상한 뒤 자동화장비 개발전문 업체를 이끌고 있는 단디메카의 이건희 대표가 선정됐다. 이들의 성공 스토리(본보 9월 12, 13일 B5면 보도)는 청소년들에게 ‘스펙이 아닌 능력, 학력이 아닌 기술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러일으킨 기폭제가 됐다. 숙련 기술인들의 공통점은 하나같다. 대학 간판과 같은 잘 닦인 고속도로를 따라가기보다는 험난한 산길을 스스로 개척해냈다는 점이다. 한국인의 무한한 기술 잠재력을 극대화했다는 점도 한결같다.

국민스타 김순자 사장은 청소년들에게 “지금 어려운 시간들도 훗날 돌아보면 꼭 거쳐 가야 했던 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며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결코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산업인력공단 송영중 이사장은 “우리의 대학진학률은 80%로 세계적으로 높지만 청년실업률이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며 “고용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학벌이나 학위보다는 능력 있는 고졸 인재들이 더 빨리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직업교육과 훈련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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