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같아도 상경 대졸자 소득 지방대보다 20% ↑”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일 07시 15분


한밭대 남기곤 교수 지방고 졸업 4964명 소득 분석

A씨와 B씨는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동창생이다.

수능을 본 뒤 A씨는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상경을 포기하고 지방에서 대학을 나왔다. 반면 B씨는 큰 경제적 어려움이 없었기에 서울 소재 대학에 들어갔다. 당시 둘의 수능 성적은 비슷했다.

그러나 졸업하고 보니 서울에서 대학을 나온 B씨가 지방에서 대학을 나온 A씨보다 월급을 18.9% 더 많이 받았다.

이는 한밭대학교 남기곤 교수(경제학)가 올여름 발표한 '대학진학은 서울로, 합리적인 선택인가?' 논문에서 언급한 사례다.

2일 남 교수는 "같은 능력에도 서울 소재 대학에 간 지방 고교 졸업생이 지방대에 간 학생과 비교해 15~20%의 임금 프리미엄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1982년, 1992년, 2002년에 지방고를 졸업한 4964명의 2010년 소득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1982년 졸업계층 임금은 서울 소재 대학 출신자가 지방대 출신보다 14.1% 높았다. 1992년 졸업생은 20.2%, 2002년 졸업생은 18.9% 더 많은 돈을 받았다.

또 같은 유형의 일자리에 종사하더라도 서울 소재 대학 출신자가 지방대학 출신에 비해 13.4%(1982년 졸업), 14.1%(1992년 졸업), 17.6%(2002년 졸업)씩 더 높은 수준의 소득을 얻었다.

남 교수는 이런 임금격차의 불이익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지방 학생에게 돌아갔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추론했다. 조사 대상을 인천·경기 등 수도권 고교와 나머지 지방 고교 출신으로 나눠 비교해보니 두 집단의 대학 입학 당시 성적은 비슷했지만, 수도권 출신의 서울 소재 대학 진학률이 36.6% 높았다.

이런 현상에는 서울 유학 비용이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비슷한 저소득층이라도 수도권 학생은 집에서 통학할 수 있어 서울로 진학했지만 지방 학생은 그렇지 못한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지방대로 간 학생은 서울로 진학한 학생보다 15~20%의 임금 불이익을 받는 셈이다. 남 교수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서울로 대학을 가지 못한 것이 결국 소득 차이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 진학을 서울로 하는 것이 개인에겐 합리적 선택이지만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선택인지는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수 학생이 서울로 집중돼 발생하는 사회적 이득이 과연 사회적 비용보다 더 큰 것인지 판단해야 할 것이고 지적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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