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을 팔아야 단골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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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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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두벌 놓고 고민하는 고객에게→ “가져가서 입어보고 결정을”
유아복 사려는 초기임신부에게→ “나중에 출산임박해서 오세요”

현대백화점 본점의 이은영 랄프로렌 칠드런 판매 매니저는 고객이 옷 두 벌을 놓고 뭘 살지 고민하면 “일단 집에 가져가서 입어보고, 천천히 생각한 뒤 원치 않는 것을 가져오라”고 말한다. 워킹맘인 단골 고객이 자녀 사이즈를 헷갈려할 때에는 자신이 기억해둔 사이즈를 알려주기도 한다. 25년간 판매 매니저를 하는 동안 자녀 옷을 사다가 손자 손녀 옷 단골까지 이어진 고객도 적지 않다. 부담을 안 주면서 필요한 것은 사게 만드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

이 매니저는 현대백화점의 상위 1% 판매 매니저로 5회 연속 뽑혀 사내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이 오른 판매 매니저는 전국적으로 70여 명뿐이다. 이 매니저는 “불황에도 꼭 필요한 것은 사게 돼 있다”며 “몇 번만 입고 처박아 둘 옷보다 꼭 필요한 것을 골라주는 안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해마다 3만5000여 명의 협력사원(매장 직원) 중 매출 신장률과 고객관리 등을 평가한 뒤 상위 1%인 350명을 ‘에이스 매니저’로 지정한다. 경기 침체로 주요 의류 매장의 매출이 전년 대비 떨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이 에이스 매니저들의 올해 매출은 평균 10%가량 늘었다.

백화점 측이 350명의 판매 전략을 분석한 결과 ‘무리해서 팔려고 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유아복 매장에서 충동구매를 하려는 초기 임신부들을 말리는 식이다. 예쁜 아기 옷만 보면 사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드는 시기인데 에이스 매니저로 뽑힌 유아복 매니저는 “앞으로 선물로 많이 들어올 테니 막달에 다시 오라”고 권유한다.

랄프로렌의 이 매니저도 아이가 태어날 무렵이면 시즌이 지나 교환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으니 잘 생각해 보라고 말한다. 태교에 좋다는 아기신발 정도만 권한다. 그러면 판매자의 진심을 알아본 고객들이 출산한 뒤 반드시 다시 찾아온다는 것이다.

아웃도어 매장의 에이스 매니저는 “남극에 갈 것이 아니면 최신 테크놀로지 기능은 필요 없으니 중간 가격대 제품이 낫다”고 권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호황기에는 이것저것 권하는 직원이 성과를 더 낼 수 있지만 요즘 같은 때는 믿을 수 있게 안내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고정관념을 깨 단골 고객을 만드는 사례도 적지 않다. 60대 시니어 고객에게 점잖고 클래식한 디자인의 옷만 골라주는 판매사원이 많다. 하지만 에이스 매니저들은 오히려 “이게 요즘 최신 유행”이라며 트렌디한 제품을 권하기도 한다. 요즘 60대 고객들은 자신들을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 고객에 따라 어울리는 제품을 골라준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불황에는 판매 직원의 노하우가 매출에 더욱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올해 처음으로 에이스 매니저들의 노하우를 적은 ‘에이스 톡(Ace Talk)’이라는 핸드북을 만들어 배포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진심#판매#매출#에이스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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